사회
수능 한달 앞둔 학교 현장 "천식인데 마스크 쓰기 힘들다" "시험지 사이즈 줄여달라" 민원↑
입력 2020-11-02 16:15 

'천식을 앓고 있는 고3입니다.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하면 호흡이 굉장히 힘듭니다. 그래도 학교에서는 잠깐씩 벗으며 버텼습니다. 하지만 이번 수능 지침에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라고 하며 기저 질환자에 대한 배려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나요?'(9월 4일 교육부 민원)
'뉴스에서 어느 학교에서는 투명 칸막이를 두고 수업 듣는 걸 봤습니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칸막이가 없습니다. 평소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볼 때는 칸막이 없이 보다가 수능 당일에만 칸막이를 사용하게 되면 이미 사용해 본 학교 학생들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10월 22일 교육부 민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한달 앞둔 학교 현장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수험생 민원이 늘고 있는 분위기다. 예년과 달리 이번 수능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 투명 칸막이가 설치된 책상에서 시험을 봐야 하는 탓에 불만을 토로하는 수험생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2일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신문고 및 지자체 민원창구 등을 통해 접수된 민원을 분석한 결과, 올들어 지난달 26일까지 2021학년도 수능 관련 민원은 총 152건(이하 누적기준) 발생했다.
수능 원서 접수가 이뤄졌던 지난 9월 초중순 까지만 하더라도 수능 관련 민원 신청 건은 전년도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원서 접수 기간 이후에는 수능 시험장 운영 등과 관련된 민원이 주로 발생하면서 전년도 신청건을 크게 압지르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2020학년도 수능 관련 민원은 총 290건 발생했다.
작년엔 주로 '시험 당일 시험장의 미흡한 운영으로 발생하는 불편·불만' 민원이 전체의 37.6%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이어 '수능 접수 불편'(16.9%), '시험 관련 문의·건의'(16.2%) 순이었다.
반면 올들어 현재까지 접수된 수능 관련 민원은 '시험 관련 문의·건의'가 코로나19 감염 우려 및 방역을 위한 환경 조성 등의 민원 증가로 이미 작년 수준을 초과했다.
구체적으로 시험장 칸막이 설치 문의, 착용 마스크 확인, 시험장 난방 등 방역대책 문의, 시험 연기 요구, 반입가능 물품 문의 등 '시험 관련 문의·건의'가 총 69건(45.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비대면 접수 방식 건의, 수능 연기에 따른 추가 접수 요청 등 '수능 접수 불편' 민원도 68건(44.7%)으로 많았다.
가령 지난 9월 12일 경기도교육청에는 '비염, 천식, 축농증 등 기관지 관련 지병이 있습니다. 지난 6월 평가원 시험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시험을 봤었다가 호흡이 원활치 않아 근육경련과 두통이 와서 시험 중간에 시험장을 나와야 했습니다. 따로 고사장을 마련한다든지 천식 환자들은 예외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되는 방안 등을 마련해줬으면 합니다'라는 민원이 신청됐다.
10월 22일 교육부에는 '기존 학교에서는 어떤 가림판도 설치되지 않았는데, 갑작스레 수능 시험장에서 다른 환경을 만나게 되면 학생들이 얼마나 당혹스러울지 생각해 보셨나요? 이 결정이 맞는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학생들 모두의 입장을 대변하자면 이건 정말 부적절한 대응인 것 같습니다'라는 민원이 신청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10월 11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는 '칸막이 설치로 책상 공간이 줄어들어 학생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기존 8절지 394mm x 272mm에서 B4 용지 364mm x 257mm로 시험지 규격 변경을 건의합니다'라는 시험용지 규격과 관련된 민원이 올라왔다.

국민권익위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이므로 수능 전일까지 시험장 방역 관련 사전 문의·건의 민원이 지속될 수 있으며, 해소되지 않은 내용은 향후 시험일 이후 큰 폭의 민원 증가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교육부는 이날 코로나19 자가격리자용 수능 시험장 113곳을 전국에 마련하는 등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사회 및 교육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뒤 "유형별 응시 환경을 조성해 모든 수험생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 "확진자는 병원과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자는 별도 고사장에서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유 부총리는 오는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 방역상황 점검 등과 관련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및 코로나19 방역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번 간담회와 관련해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치러질 2021학년도 대입 수능 관련 방역 시 고려할 사항과 2학기 방역관련 추가 필요사항 등을 자문받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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