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내가 진범" 이춘석 증언…34년 만에 '화성 연쇄살인' 마침표
입력 2020-11-02 15:46  | 수정 2020-11-09 16:04

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온 1980∼1990년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주로 발생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이춘재(57)가 첫 살인 범행을 저지른 1986년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일반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난해 경찰의 이 사건 재수사 당시 9차 사건 증거물에서 DNA가 검출되면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처음 특정된 뒤로는 452일 만입니다.

다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이춘재는 2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8차 사건 재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씨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지칭합니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당시 22세이던 윤성여(53) 씨는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됐습니다. 지난해 이춘재가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자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이춘재는 지난해 8월 9일 9차 사건 증거물에서 DNA가 검출되면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특정됐습니다.

당시 경찰은 최근 DNA 검출·분석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점에 착안해 과거 DNA가 검출되지 않았던 사건의 증거물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재감정하기로 하고 이 사건 증거물도 국과수에 보냈습니다.

9차 사건 증거물에서 처음 이춘재의 DNA가 나온 데 이어 3·4·5·7차 사건의 피해자 유류품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춘재는 지난해 9월 18일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에서 진행된 1차 경찰 접견 조사 때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자신의 DNA가 검출된 사실을 알게 된 이후인 같은 달 24일 이뤄진 4차 접견 조사에서부터 8차 사건을 포함해 모두 14건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털어놨습니다.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고 피해자 유족들에게는 풀지 못한 한으로 남아있던 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순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범행이자 10차 사건을 저지른 1991년 4월 3일로부터 29년 7개월만인 이날 이춘재는 이 사건의 범인으로는 처음으로 교도소가 아닌 곳에 섰습니다.

그러나 그는 법정에서 피고인석이 아닌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끔찍한 그의 범행이 모두 드러났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한 탓에 기소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올해 7월 경찰은 이 사건 재수사로 드러난 이춘재의 범행을 정리한 뒤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도 조만간 같은 방식으로 이 사건을 최종 처리할 예정입니다.

이번 법정 출석은 8차 사건 재심을 맡은 재판부가 8차 사건을 자신의 소행이라고 한 이춘재를 재심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했고 이춘재가 "증인으로 설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이뤄졌습니다.

이춘재는 이날 법정에 나와 8차 사건을 비롯해 당시 화성과 청주에서 발생한 14건의 살인 사건의 진범은 자신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처벌은 피했지만, 현재 수감 중인 이춘재가 사회로 나올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1994년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5년째 복역 중인 이춘재는 모범적인 생활로 1급 모범수가 돼 가석방 기회가 있었지만, 연쇄살인 사건 범인으로 특정되고 자백함에 따라 특별사면이나 가석방의 기회는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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