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최악의 전세난에 발만 동동 구르는 세입자들
입력 2020-11-02 14:37 
1일 KB국민은행 월간주택동향에 따르면 전세수급지수는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가 높을수록 전세 물건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전세 물건을 찾아 나서는 이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잠실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매경DB]

"전세 계약이 끝났는데 전세 나온 집이 없어요. 가끔 나오는 매물은 부르는 게 값이라 감당하기 어려워요"
직장인 김 모씨(44)는 최근 주거 문제로 걱정이 많다. 전세 계약이 만료돼 새집을 구해야 하는데 전세 물건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김 씨는 "전세매물이 마치 유명 가수의 공연 매표처럼 계약되고 있다"라며 "매물을 예약하는 데 성공해도 부르는 게 값이라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전세매물이 바닥나 집을 구해야 하는 가장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지난 1일 발표한 KB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9월(187.0)보다 4.1포인트 오른 191.1로 집계됐다.

이는 2001년 8월 193.7을 기록한 이후 19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숫자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전세수급지수는 1∼4월 150선에서 상승하다가 5월 160을 기록한 후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8월에는 180.5로 껑충 뛰었다.
치솟는 전세수급지수 [자료 출처 = KB국민은행]
매물이 부족하다 보니 전셋값도 치솟고 있다.
2일 KB국민은행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5억3677만원으로, 처음으로 5억원을 넘겼던 8월보다 3756만원(7.5%) 상승했다.
2년 전인 2018년 10월(4억6160만원) 전셋값과 비교하면 7517만원(16.3%) 오른 수치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인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도 전달(4억6833만원)보다 3971만원 오른 5억804만원을 기록했다.
네티즌들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서민들만 힘들어졌다"라며 비판하고 있다.
한 누리꾼(9476****)은 "애가 3명인 가장"이라며 "집주인이 바뀌어 나가라고 하는데 전세 나온 집이 하나도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암담한데 정부가 방침을 내놓을 때마다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댓글에는 "임대차 3법이 나올 때 예상했던 결과다(zznk****)" "한 번도 인터넷에서 격한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는데 부동산 정책은 확 물갈이했으면 좋겠다(kjt0****)" "부동산 문제는 시장에 맡겨두고 정부는 되도록 개입하면 안 된다(kimk****)" "베네수엘라식 부동산 정책(phko****)" "이제 전세는 사라지고 고액 월세만 남는다(redm****)" 등 반응도 있었다.
이와 관련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1일 "계약갱신청구권제로 임차인의 거주를 4년 동안 보장하면서 이동의 자유와 임대차 시장의 순환이 제약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이어 "현재의 전세난을 극복하려면 입주 가능한 물량을 늘려야 한다"며 "등록임대사업자들에게 부과하는 양도소득세를 일시적으로 낮춰 물량을 매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윤덕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