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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스타’ 이동국, 전주성의 ‘영원한 별’이 되다 [MK人]
입력 2020-11-02 04:59  | 수정 2020-11-03 07:51
이동국은 은퇴경기에서 여덟 번째 K리그 우승컵을 들었다. 사진(전주)=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이상철 기자
이동국(41·전북 현대)이 두 손으로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자, 관중 1만251명이 자리한 전주월드컵경기장(애칭 전주성)에서 큰 함성이 터졌다.
전북이 K리그 사상 최초로 여덟 번째 우승을 거두고 4연패를 달성한 순간이었다. 또 하나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어떤 선수보다 화려하고 감동적인 은퇴식과 함께 이동국이 무대를 내려갔다.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이동국은 전북 유니폼을 입고 12번의 시즌을 치렀다. ‘슈퍼 라이언킹이 합류하면서 전북은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최강의 팀이 됐다. K리그 8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회 등 총 9개의 우승컵을 수집했다. 이동국이 있었기에 가능한 ‘도약이었다.
1일 은퇴식을 마친 후 이동국은 내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전북은 연패해도 큰 의미를 두지 않던 팀이었다. 그러나 2009년 처음으로 K리그 우승컵을 차지한 후 항상 우승을 바라보는 팀이 됐다. 우승한 선수들만 가진 DNA를 오늘 경기에서도 충분히 보여줬다. 그리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팀이다”라며 흐뭇해했다.
전북이 K리그 우승의 새 역사를 쓴 경기였으나 이동국을 위한 특별한 경기였다. 조세 모라이스 감독은 약속대로 이동국에게 ‘90분의 시간을 줬다. 선수들은 이동국을 위해 어느 때보다 열심히 뛰며 득점을 돕고자 했다. 팬도 전반 20분부터 2분간 기립박수 이벤트를 진행하며 이동국을 예우했다.
전북-대구전이 열리기 전에는 김민종의 ‘어느 날이 울려 퍼졌다. 이동국이 애창하는 곡이었다.
이동국은 경기장에 나가는데 내 핸드폰 벨소리와 같은 음악이 들려 울컥했다. 경기 도중 기립박수 이벤트에 또 한 번 감동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많은 팬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끝까지 은퇴식을 지켜봐 주셨다. 오늘따라 내 유니폼이 많이 보여 가슴이 찡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를 치르면서 팬이 선수에게 주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깨닫는 시간이었다. 선수들만 이룬 역사가 아니다. 팬과 같이 역사를 만들어왔다고 생각한다. 팬 여러분도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라며 웃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전주월드컵경기장을 방문한 건 처음이었다. 떠나는 이동국을 격려하면서 많은 선물을 안겼다. 사진(전주)=김영구 기자
비록 은퇴경기에서 이동국의 골 세리머니를 볼 수 없었으나 그 외에 모든 걸 볼 수 있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근육 경련으로 쓰러질 정도로 이동국은 뛰고 또 뛰었다. 보고 싶었던 대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전설적인 축구선수의 모습이었다.
아파도 정신이 몸을 지배했다는 이동국은 골까지 넣는 걸 보여드렸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해피엔딩으로 마쳐서 정말 기쁘다”라고 밝혔다.
전북의 K리그 우승 시상식보다 더욱 특별했던 이동국의 은퇴식이었다. 한국축구의 불세출 스타이자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 은퇴하는 날, ‘회장님까지 행차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전주월드컵경기장을 방문한 건 처음이었다. 경기 내내 이동국의 마지막 퍼포먼스를 지켜보더니 끝까지 자리를 빛냈다. 정 회장은 직접 이동국에게 K리그 우승 메달을 목에 걸어줬으며 은퇴 기념패와 더불어 신형 자동차를 통 크게 선물했다.
이동국은 회장님의 축구에 관한 관심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전북이라는 팀은 없었을 것이다. 회장님께서 상패를 주시면서 ‘자주 연락합시다라고 말씀하셨을 때 뭉클하게 다가왔다. 이제부터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정말 감사드린다. 또한, 한 선수의 은퇴를 위해 직접 경기장을 방문해 격려해주셨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전북 현대는 이동국의 등번호 20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사진(전주)=김영구 기자
이동국의 은퇴에 하늘도 슬픈 듯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가슴이 찡한 건 이동국만이 아니었다. 눈에 눈물이 고이고 복받치는 감정에 말문이 막힌 건 이동국만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모두가 그랬다. 그래도 다들 환하게 웃으며 마지막이면서 새로운 시작의 인사를 나눴다.
영원한 스타는 영원한 별이 됐다. 전주시와 완주군의 명예 시·군민이 됐다. 전북은 이동국이 썼던 20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창단 후 선수 등번호의 영구결번은 처음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축구팀의 영구결번 사례는 극소수다. 그만큼 이동국이 이룬 ‘업적은 상징적이었다.
축구화를 벗는 이동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그 역사를 함께 만들고 지켜봤던 팬의 가슴에 영원히 남았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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