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시 변동성 우려에…공모ELF 설정액 5300억 급감
입력 2020-11-01 17:22  | 수정 2020-11-01 20:17
올 들어 공모 형태로 불티나게 팔려나간 주가연계펀드(ELF)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증시 변동성 확대로 ELF 투자 위험도가 커진 가운데 최근 당국 규제 여파로 투자자 수요에 맞는 상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공모 ELF 설정액이 총 5299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올 3월 말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으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기준가가 낮게 형성되자 ELF 상품은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렸다. 이들 상품의 조기상환이 속속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당국 규제 여파로 신규 판매가 막혔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ELF는 주가연계증권(ELS)을 4종 이상 편입해 운용하는 펀드다. ELS는 국내외 증시지수 혹은 주식 등이 평가기간에 일정 범위(기준가의 40~50%)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4~8%의 중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공모 ELF는 중위험·중수익 구조로 인기를 끌면서 지난 4~8월 5개월 사이 무려 4조6000억원 이상 팔려나갔다. 6월에는 예금은행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0.8%대로 떨어지며 저금리 환경이 조성되자 한 달 사이 1조1874억원이 팔려 올 들어 월별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9월 들어 설정액 증가 규모는 463억원으로 뚝 떨어졌고 지난달 조기상환 규모가 신규 판매를 앞지르면서 설정액이 감소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ELF 설정액이 크게 감소한 배경으로는 우선 4월 이후 대량 공급된 ELF 조기상환이 도래한 점을 들 수 있다. ELF는 보통 6개월의 평가기간에 상환기준이 충족되면 만기(2~3년) 도래 전 원리금이 지급되는데 이것이 조기상환이다.
ELF 투자자는 보통 상환된 자금을 다시 새로운 ELF 상품에 넣는 사례가 많지만 최근 들어 수요에 비해 상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9월 들어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보다 높은 금리의 상품이 마련돼야 했지만, 당국이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을 도입한 뒤 증권사의 ELS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7월 말 금융위원회는 증권사가 발행하는 ELS의 레버리지 비율을 높여 ELS 물량을 부채로 더 많이 인식하도록 하는 등 무분별한 ELS 발행에 제동을 거는 방안을 마련했다. 앞서 3월 유로STOXX50지수 등 증시 폭락으로 ELS 발행을 위해 증권사가 매수해 놓은 선물 옵션의 증거금이 일시에 오르며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유승민 HDC자산운용 멀티솔루션본부장은 "규제 도입 당시에는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였지만 사실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며 "펀드를 만들다가도 ELS 발행이 줄어든 탓에 진행하지 못하고 취소가 되는 사례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증권사 간 경쟁이 줄어들면서 좋은 조건의 상품도 줄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 당국 규제로 은행에서 고난도 사모펀드와 신탁 판매가 사실상 막히면서 공모 ELF 발행량이 크게 늘어났는데 새로운 규제로 그것마저 막히는 상황"이라며 "중금리 상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한 상황에서 투자자 선택이 줄어들고 대기자금이 늘어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 최근 일주일 사이 공모 ELF 기준가가 평균 1.62% 하락하는 등 일부 종목은 손실 가능성도 다소 높아졌다.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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