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2 n번방' 운영 10대들 실형…재판부 "어른들 책임도 있어"
입력 2020-10-30 11:25  | 수정 2020-11-06 12:04

텔레그램 'n번방'에서 유포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대량 수집한 뒤 '박사방' 운영자 24살 조주빈처럼 등급을 나눠 입장료를 받고 판매한 10대들에게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춘천지법 형사2부(진원두 부장판사)는 오늘(30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등 혐의로 기소된 16살 정모군에게 징역 장기 5년·단기 3년 6개월, 16살 제모군에게 징역 장기 2년 6월·단기 2년을 선고했습니다.

16살 고모군과 16살 노모군에게는 장기 1년 6월에 단기 1년의 징역형을 내렸습니다.

16살 조모군에게는 범행 가담 정도가 가벼워 서울가정법원 소년부로의 송치를 결정함에 따라 조군은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됐습니다.


재판부는 "성 착취물 판매 행위는 여성을 성적 도구로 삼는 잘못된 성인식을 확대·재생산하는 등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심각한 범죄"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어"이들이 판매한 음란물 중 아직 성적 자기 결정권이 확립되지 않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진이나 영상이 다수 포함돼 있고, 피해자들의 신체가 적나라하게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이들이 범행이 이르게 된 데에는 어른들의 책임도 있다고 봤습니다.

진 부장판사는 "다수의 어른이 만들고 퍼뜨려놓은 그릇된 성인식이 아직 중학생으로서 사리분별력이 부족한 피고인들의 행동에 큰 해악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소년인 피고인들이 져야 할 죄책의 크기와 교화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년법에 따르면 범행을 저지른 미성년자에게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를 받고 조기에 출소할 수도 있습니다.

중학교 동창인 정군 등은 텔레그램 성 착취물 공유방의 창시자인 '갓갓' 24살 문형욱의 n번방 등에서 유포되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각자 역할을 나눠 대량 수집했습니다.

이어 또 다른 텔레그램 대화방을 만든 뒤 성 착취 영상물의 수에 따라 '일반방, 고액방, 최상위방' 등으로 등급을 나눠 입장료를 받는 방식으로 1만5천여 개의 성 착취 영상물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들은 각자 적게는 100여 차례에서, 많게는 1천여 차례에 걸쳐 돈을 받고 성 착취물을 팔았습니다.

정군 등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 중순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챙긴 범죄 수익은 3천500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은 문형욱이나 조주빈의 성 착취물 판매 방식을 모방해 이와 유사한 형태로 텔레그램 성 착취물 유통방을 운영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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