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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문제부터 해결…M&A 다시 추진할것"
입력 2020-10-29 17:16  | 수정 2020-10-29 19:28
방문규 수출입은행 행장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사에서 행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진행한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밝히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인터뷰 = 노영우 금융부장
"지금은 아시아나항공 유동성이 너무 부족한 상태다.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 후 (다시)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것."
방문규 수출입은행 행장은 지난 27일 행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진행한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불발로 위기에 몰린 아시아나를 먼저 살린 후 M&A를 다시 추진한다는 취지다.
방 행장은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수은 지원 규모 비율이 6대4"라며 "이는 수출 규모 등 여신 제공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정책 기조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수은이 수출과 신산업에서 대기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방 행장은 또 조선 등 이른바 중후장대 산업에서 혁신산업 중심으로 수은의 포트폴리오를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디지털과 친환경 등 정부의 뉴딜정책에도 부합하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금융 지원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수은은 향후 5년간 30조원을 관련 분야에 지원할 계획이다. 방 행장은 지난해 11월 1일 취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행장으로 1년간 일해본 소감은.
▷수은은 현장 그 자체였다. 코로나19로 정부가 돈을 풀 때 실제 그 돈이 풀리는 창구가 수은이다. 정부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올해 코로나19에 따라 수은의 당초 목표는 여신 20조원 공급이었는데, 지난 9월 말 기준 올해 무려 45조원을 투입할 정도로 빠르게 지원했다.

―코로나19가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앞으로 수은의 역할은.
▷그동안 선박·제철 등 전통적인 중후장대 산업이 수은의 메인 포트폴리오였지만 이제 사양산업이다. 수은이 엄청난 위기를 맞았다. 이에 수은도 혁신산업 위주로 빠르게 시프트(변신)해야 한다. 마침 정부의 디지털과 그린 중심 뉴딜 프로젝트 등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야 할 방향이다. 최근 수은에서 대출이 나가는 것만 봐도 혁신성장 분야가 많다. 디지털 분야에서는 반도체·5G·자율주행이, 친환경 분야에서는 2차전지·신재생·수소 등이 매우 뜨겁다.
―수은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바꿀 계획인가.
▷올해 바뀌고 있다. 디지털과 그린 분야는 이미 작년 실적을 뛰어넘었다. 수은 대출에서 디지털과 그린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이 7~9%인데 향후 5년간 11%대까지 올려서 연평균 약 6조원을 지원하려고 한다. 5년간 30조원을 디지털과 그린뉴딜 관련 신사업에 지원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석탄 화력발전 등 기존 산업에 대한 지원을 줄인다는 건가.
▷그렇다. 수주가 감소하니 자연스럽게 지원도 줄게 된다. 수은은 석탄발전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와 친환경 분야를 최우선으로 지원하고 있다. 수은은 지난해 친환경 분야에 전년보다 2배 많은 6조1000억원을 공급했고 올 9월까지 5조원 이상 지원했다. 석탄 분야는 지난해 2100억원으로 매우 미미하다. 개발도상국에 예외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다만 석탄산업도 비즈니스 생태계여서 500여 개 업체 2만1000명이 속해 있다. 이른바 질서 있는 엑시트(퇴출)가 필요하다. 예컨대 두산이 친환경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중단할 수 없다.
―원자력발전소도 마찬가지인가.
▷그렇다. 원전은 새로운 비즈니스가 있다. 원전을 해체하는 시장이 새롭게 열린다. 원전 해체업체가 상업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설계·준비 등에 2~3년이 필요하다.
―수은의 뉴딜 지원은 대부분 대기업 대상이다. 이유는.
▷수은의 대기업 대 중소기업 지원 비율은 6대4다. 수은이 수출 규모 기준으로 여신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뉴딜 등 신사업도 대기업 지원이 많다. 대기업은 많은 중소기업과 연관돼 있다. 예컨대 2차전지는 대기업인 LG화학과 삼성SDI뿐만 아니라 많은 중소·중견 협력사들이 있다. 에너지 분야도 전방에 대기업이 있고 협력사들이 함께 있는 구조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산업은행과 관계는.
▷구조조정 기업과 관련해서는 산업은행이 주거래은행이고 수은은 최다 채권 은행인 경우가 많다. 두 은행이 협의해 진행한다. 두산중공업은 산은과 수은이 5대5, 대한항공은 산은과 수은이 6대4 비율로 지원을 분담하고 있다.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은 유동성을 지원하되 자구노력과 대주주 책임 부과, 강력한 재무구조 개선 등을 조건으로 한다. 일정한 시점까지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지원을 제한한다. 두산중공업은 연내 자본 1조7000억원가량을 확충할 예정이어서 자구안 이행 완료 시 투입한 자금 3조원을 모두 회수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도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자구노력 등을 봐서 결정될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M&A는 불발됐고 지금 아시아나항공 유동성이 너무 부족한 상태다. 기간산업안정기금에서 추가적인 지원을 어떻게 할지 논의 중이다.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면 M&A가 논의될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어떻게 할 건가.
▷수은은 2017년 조선산업을 구조조정하면서 출자금을 다 쓰고 추가 출자가 필요해 당시 KAI 주식을 주당 6만400원에 받았다. 하지만 주가는 지난해 말 3만4000원, 현재 2만2000원 수준으로 반 토막 이상 났다. 주식평가손(지난해 4455억원)을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 수은은 KAI 제1대 주주로서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관련 기업 간에 전략적 제휴를 제안한다. KAI는 무인기 자율주행 핵심 기술과 항공 전자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KAI가 정비(MRO) 사업을 하고 있는데, 현재 군수 중심에서 민수로 정비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도 있다. 마침 KAI 본사가 있는 사천에 정부 지원으로 정비단지가 2022년 완공된다.

■ "기업인 도전정신 다시 불러일으킬 환경조성 절실"

―코로나19 시대 해외 업무가 많은 수은에 어려움은 없나.
▷지난 1년간 해외 출장을 한 번도 못 갔다. 수은 역사상 행장이 취임한 뒤 1년간 해외 출장을 못 간 건 처음이다. 해외는 비대면으로 업무를 많이 한다. 올해 코로나19로 특별한 사업도 했다. 개발도상국 지원사업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해 기존 학교나 도로건설이 아닌 긴급 의료차관 사업으로 돌려서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긴급 의료 기자재를 지원하는 것으로 했다.
―본인을 뱅커라고 보나.
▷지금은 뱅커다. 뱅커스클럽 회원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인정해주면 좋겠다. 사실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를 거쳤다. 농림부 사람들은 저를 농업인이라고 생각하고, 복지부 근무 후 가장 많이 만나는 대상도 의료인이었다. 내가 몸담았던 분야에 대한 친밀감이랄까. 그렇게 저를 느끼도록 역할을 하고 평가받고 싶다.
―은행 경영 철학이나 좌우명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신뢰받을 수 있는 리더가 돼야겠다고 생각한다. 책 '혼창통'의 메시지를 따르려고 한다. 주인의식(혼)이 있어야 하고, 끊임없는 도전정신(창)으로, 소통(통)해야 한다. 공인으로 오랜 기간 살아서 혼창통 자세로 매사에 일을 하면 금융인으로 평가받고 또 앞으로도 기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경제전문가로서 우리나라 경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나라 경제가 최악인 것 같으면서도 우리나라만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도 많지 않다. 반도체·바이오·2차전지는 시장점유율 1위다. 연구개발(R&D) 투자 역시 세계 1위고 좋은 인력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혁신성장 아이템에 집중해야 한다. 다만 그걸 산업화하려면 경제에 역동성이 필요하다. 기업인들의 도전정신을 다시 불러일으킬 만한 환경을 더 빨리 조성해야 한다.
―수은을 지방으로 이전하려는 정부 계획에 대한 의견은.
▷부산 전주 등 여러 곳에서 수은을 유치하려고 한다. 균형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공감하지만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우선 다른 나라의 공적 수출금융 지원기구와 경쟁해야 하는데, 지방 이전 시 불리해질 수 있다. 또한 수은은 개도국 지원을 목표로 하는 EDCF를 맡고 있는데 이는 외국 대사관과 일을 같이해야 하고 또 다른 업무인 남북경협은 통일부·개성공단과 협업해야 한다.
―일부 직원 비리로 감사원 지적이 있었는데, 개선책은.
▷내부 감사 결과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윤리준법실을 신설했다. 부패·비리 방지 교육과 점검 체제를 만들었다.
▶▶ He is…
△1962년 수원 출생 △1985년 서울대 영문학 학사 △1995년 미국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 △2009년 성균관대 행정학 박사 △2010년 기획재정부 대변인 △2013년 기재부 예산실장 △2014년 기재부 제2차관 △2015년 보건복지부 차관 △2018년 경남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2019년~ 제21대 한국수출입은행장
[정리 = 윤원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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