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재확산 불안감 속 `포스트코로나` 지피는 뉴욕증시 섹터로테이션…중소형주, 대형주 추월
입력 2020-10-26 16:34  | 수정 2020-11-02 16:36


11월 대선 전 추가부양책 합의 먹구름 불구 한달 새 러셀 2000 지수·추종ETF도 13%↑

뉴욕증시가 내년 이후 '포스트(post) 코로나'시대를 향해 먼저 움직이는 분위기다. 그간 뉴욕증시 급등세를 이끌어온 '언택트주'보다는 실적 부진에 고전한 '택트주' 상승세가 더 빠르고, '중소형주 중심' 러셀2000주가 지수 상승률이 '대형주 중심'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주가 지수보다 2배 빠르게 뛰는 분위기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다시 빠르게 퍼지고 있지만 지난주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데다 11월 미국 대선 이후 추가 경기 부양책이 나오면 내년부터 '기저효과'에 따른 경기 반등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 최대 기록이 나오는 등 단기 이벤트에 따른 하락 조짐에도 불구하고 추세적으로 일어나는 연말 랠리 등 기대감이 동시에 존재하는 분위기다.
최근 한달 동안 뉴욕증시에서 러셀2000지수는 12.99%오른 1640.50을 기록했다. 지난 달 24일부터 이달 23일까지 거래 마감 시점이 기준이다. 같은 기간 S&P500지수(6.74%)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8.21%)보다 가파른 상승세다.
러셀2000지수가 빠르게 오르면서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쉐어 러셀2000 상장지수펀드(ETF)는 13.19%, 뱅가드 러셀2000ETF는 13.26%올랐다. 두 지수는 차례대로 자산운용1위 블랙록과 2위 뱅가드가 운용하는 대표적인 미국 중소기업 ETF다.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대통령 선거인단 선출)·의회 동시 선거 이전에 코로나19 추가 부양책이 나오기 힘들다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러셀2000지수가 이처럼 뛰어 오른 것은 눈에 띄는 현상이다. 연방 정부 재무부와 부양책 협상을 벌이고 있는 낸시 펠로시(민주당) 연방 하원의장이 '합의가 임박했다'는 발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3일 스티븐 므누신 재무 장관은 "하원 의장과는 여전히 너무나 많은 사안으로 인해 협상이 늘어지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밝힌 바 있다.
뉴욕증시는 보통 가을인 9월에 침체 분위기에 접어든다. 이후 10월 초에는 낙폭을 좁히는 대신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중반부터 상승 분위기로 돌아서는 흐름을 탄다. 러셀2000지수는 이달 들어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여왔다. 연말 랠리와 실물 경제 반등 기대감에 더해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아진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대형 정보기술(IT)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상대적으로 유화적일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예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의 흐름에 대해 캐너코드제뉴이티의 토니 드이어 연구원은 상승세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냈다. 드이어 연구원은 "올해 연말까지는 증시 변동성이 크겠지만 증시가 약세 흐름을 보이는 기간을 주식 추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기적으로 각 국 중앙은행이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엄청난 유동성을 푸는 것과 동시에 경제 펀더멘털 회복세가 진행될 것"이라면서 "뉴욕증시 주가 흐름을 보면 하락세인 주식에 비해 상승세를 보이는 주식들 비율이 사상 최고 수준을 향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이달 초 루드홀드의 더그 램지 수석 투자가는 "최근 중소기업 주식이 '아웃퍼폼'된 것으로 보여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아웃퍼폼은 특정 주식 혹은 주가 지수의 향후 수익률이 시장 평균 수익률보다 높아진 것을 말하는 시장 용어다.
한편에서는 이른바 '택트주'가 '언택트주'상승률을 넘어서는 분위기다. 한달 간 뉴욕증시 택트 부문과 언택트 부문 주요 종목 주가 상승률을 분석해본 결과 택트 부문 항공·크루즈·호텔·카지노·철강 등 12개 종목 상승률은 7.72~40.74%여서 대체로 S&P500나 나스닥 상승률보다 높았다. 대형 정보기술(IT)간판주와 비디오게임·화상회의 지원 등 언택트 부문 12개 종목 상승률은 -1.97~38.36%이었다. 분석 대상 중 택트 분야 1~5위(순서대로 △ US스틸 40.74% △ 노르위전 크루즈 25.43% △ 파크호텔·리조트 17.25% △ 델타 에어라인 17.20%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16.10%)가 언택트 분야 1~5위(△ 펠로톤 38.36% △ 스퀘어 16.06% △ 구글 알파벳 14.77% △ 줌 10.00% △도큐사인 7.83%) 보다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식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염두에 둔 이른바 '섹터 로테이션'이 진행되는 분위기다. 투자자로서는 주요 투자 부문을 주기적으로 교체해 수익률 높은 부문을 매수하고, 수익률이 낮은 부문는 매도하거나 상대적으로 보유 비중을 줄이는 전략을 저울질할 수도 있다.
'전설의 헤지펀드 투자자'였다가 현재는 '암호화폐 투자업체' 갤럭시 디지털을 운영하고 있는 마이크 노보그라츠 최고경영자(CEO)는 23일 CNBC인터뷰에서 '블루웨이브'(11월 동시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선을 비롯해 의회 상·하원 다수석을 점하는 것)를 점치면서 민주당 발 추가 부양책과 경제 회복 예상이 시장 열기를 재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시장은 민주당의 대규모 추가 부양책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심지어 부양책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제시한 것보다 적은)1조 달러만 돼도 그 1조 달러가 미국 GDP의 5%에 달하는 가치를 지녔다고 받아들일 것"이라면서 "미국에 유동성 쓰나미가 닥쳐 투기성 자산 인기가 급증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바이든 후보가 낸 법인세 인상 정책은 시장 변동성을 가져올 만한 부분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주식을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뉴욕증시는 미국 '트윈데믹(코로나19·독감 동시 유행)·대선 불확실성·실물 경제 더딘 회복'이라는 주요 악재를 마주한 상태다. 26일 선물시장에서 유럽증시 뿐 아니라 뉴욕증시 3대 대표 주가지수(다우존스 산업평균·S&P500·나스닥)와 러셀2000지수 선물이 일제히 1.00%넘나드는 하락세를 보였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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