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매이론` 노벨 경제학자, 구글 간 이유 있었네
입력 2020-10-24 12:00 
네이버 온라인 검색광고 예시. [자료 = 네이버]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폴 밀그럼(72)과 로버트 윌슨(83) 미국 스탠퍼드 교수의 연구분야는 '경매이론'이다. 두 사람이 고안해 낸 경매 이론은 미국의 라디오 주파수 경매를 비롯해 천연가스 경매, 항공기 이·착륙 권리 경매까지 여러 경매 방식에 폭넓게 활용됐다. 하지만 이들 경매이론이 네이버는 물론 구글, 야후, 바이두 같은 글로벌검색 사업자들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인 온라인 검색광고에도 적용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온라인 검색광고는 인터넷 이용자가 특정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검색결과의 하나로 키워드와 관련이 있는 광고를 노출시키고, 이용자가 노출된 검색 광고를 클릭할 경우 광고주의 웹사이트를 연결해주는 방식의 광고를 말한다. 쉽게 말해 네이버나 다음, 구글에서 검색할 때 특정 사이트나 상품, 브랜드를 우선 노출해 주는 서비스다.
경매이론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에 대해 김진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밀그럼에 이어 할 베리언 (구글 수석이코노미스트) 같은 여러 경제학자들이 경매 이론을 발전시켜 온라인 검색광고에 적용해왔다"며 "이번 노벨경제학상을 통해 온라인 검색광고의 효율성과 적절성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보통 검색광고는 '클릭 당 비용(Cost Per Click·CPC)' 즉 얼마나 클릭했는지에 따라 광고비가 비례한다. 광고를 클릭한 횟수만큼만 광고비가 부과되는 방식이다. 건당 가격은 광고주들의 경매를 통해 결정한다. 광고주들은 경매 방식을 통해 클릭 한 번에 지불할 금액을 스스로 결정한다.

이 경우에 최대 지불 금액을 써낸 광고주가 광고를 독식하지 않도록 '차순위가 경매방식'을 도입했다. 본인의 입찰가 바로 아래에 있는 타인의 입찰가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너무 높은 클릭당 지불 금액을 써낸 광고주가 승자의 저주에 빠지거나, 과도한 경쟁으로 클릭당 지불 금액이 무분별하게 상승하지 않고 상식적 수준에서 결정되도록 했다.
실제로 경매 방식이 입찰가를 높여 광고주들의 부담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시장 가격의 유연성을 높였다는 결과도 나온다. 김지영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가 지난 8월 발표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검색광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올해 1~7월 사이 네이버에서 광고주들이 집행한 총 광고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광고주들이 실제 지불한 클릭당 광고비(CPC)는 입찰가 하락으로 13% 감소했다. 광고 수요 증가로 광고량이 늘었는데도 광고주들이 부담해야 하는 건당 광고 단가는 떨어진 것이다.
김 교수는 "경매 방식에서는 광고주 경쟁이 치열해 입찰가가 올라간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연구는 그 오해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며 "특히 신천지 감염 사태와 같은 중소상공인들에게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클릭당 광고비가 급감했다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이는 검색광고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자연적으로 광고 단가를 낮춘 것"이라며 "광고주가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차순위가 경매 단가 책정 방식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반응해 광고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이 확산하면서 중소상공인들은 온라인 검색 광고를 필수로 여긴다.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하며 상인들이 소비자들과 만나는 주요 창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경상대 심리학과 부수현 연구팀이 소상공인 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에서 나타난다. 소상공인의 80%가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검색 광고를 유지했다"고 밝힌 것에도 다른 마케팅보다 검색 광고 방식을 선호했다는 얘기다.
[홍성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