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노조추천이사제 재도전 나선 KB금융 노조
입력 2020-10-22 17:25 

KB금융 노조가 노조추천이사제에 다시 도전한다. 이 노조는 지난 2017년부터 이번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는데, 지금까지는 주주총회에서 부결되거나 후보들이 자진 사퇴하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KB금융은 22일 주주총회소집 공고를 내고 내달 20일 임시주총을 열어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를 새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안건으로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사내이사, 허인 국민은행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연임 안건이 올라와 있는데 이는 큰 이견 없이 그대로 확정될 전망이다.
논란이 예고되는 안건은 윤순진·류영재 두 명의 사외이사 선임 건이다. 단 1주라도 주총 의결권이 있는 주주는 누구나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우리사주조합이 나선 것이다.
지난달 10일 우리사주조합은 이 두 명을 사외이사 후보에 추천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류제강 KB금융 우리사주조합장이 노조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 사실상 노조추천이사제라고 보고 있다.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인 노조추천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여권에서 강하게 밀고 있는 정책이다. 최근 이를 강력히 지지하는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인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이 여당 최고위원 자리에 오르면서 수면 위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금융권은 이번 후보들이 KB금융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사회와 연관돼 있다고 주목하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3월 국내 금융사 중 최초로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해 ESG경영추진을 강화했다. ESG 위원회는 기후변화와 지배구조 이슈에 대응하는게 주요 업무다. 후보 중 한 명인 윤순진 교수는 환경이 전문 분야이고, 류영재 대표는 지배구조 문제 관련해 의결권 행사 자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들이 사외이사로 입성할 경우 노조를 통한 지나친 경영 간섭이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ESG가 환경 지배구조 등을 뜻하긴 하지만 금융권에 적용하려면 금융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이들 사외이사 후보는 은행을 포함한 금융사 경력이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이들 선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6월말 기준으로 KB금융 지분 9.97%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과거 같은 사안에서 국민연금은 노조 추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선임 반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따라 일반 주주들의 표심이 움직이기 때문에 영향이 막강한 편이다. 여기에 외국인 주주들이 주총 의사결정에 참고하는 해외 의결권 자문사 ISS가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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