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박순철 남부지검장 사의…"정치가 검찰 덮어"
입력 2020-10-22 10:52 
박순철 남부지검장이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라임 사태' 관련 펀드 판매 비리, 정치권 로비 및 검사 비위 의혹 등 수사를 지휘한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22일 사의를 표명했다.
박 지검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통신망에 '라임 사태에 대한 입장'이란 글을 통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 이제 검사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의 본질은 김봉현이 1000억원대의 횡령·사기 등 범행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고 로비 사건은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며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봉현의 두 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로 그간 라임 수사에 대한 불신, 의혹이 가중되고 있어 이 사건을 수사하는 남부지검장으로서 검찰이 이렇게 잘못 비추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더는 가만있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박 지검장은 또 윤석열 검찰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인 일부 검사의 비위 의혹과 야당 정치인 수사와 관련해 "검사 비리는 이번 김봉현 입장문을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에 보고 자체가 없었고 야당 정치인 수사는 5월 경 전임 서울남부지검장이 격주마다 열리는 정기면담에서 면담보고서를 작성해 총장께 보고했다"며 "그 이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고 8월 31일 신임 반부패부장 등 대검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선 "총장 지휘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며 "지난 주말부터 별도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고 수사지휘에 따라 대검과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하게 수사하는 것만 달라졌을 뿐이며 진실을 있는 그대로 파헤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지검장은 윤 총장 가족 사건에 대한 추 장관의 수사 지휘와 관련해선 "그 사건 선정 경위와 그간 서울중앙지검의 위 수사에 대하여 총장이 스스로 회피하여 왔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면서도 "검찰청법 제9조 입법 취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검찰권 행사가 위법하거나 남용될 경우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5년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 당시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고 사퇴했다. 그때 평검사인 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고 이제 검사장으로서 당시 저의 말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박 지검장은 자신이 의정부지검장 시절 담당했던 윤 총장의 장모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과 관련해서도 정치적 해석이 난무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의정부지검 수사팀은 정치적 고려 없이 잔고증명서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선택했고 기소했다"며 "그 이후 언론 등에서 제가 누구 편이라고 보도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어쩌면 또 한 명의 정치검사가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검사장은 "법(法)은 '물 (水) 흐르 듯이(去)' 사물의 이치나 순리에 따르는 것으로 거역해서는 안된다. 검찰은 그렇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며 "그 동안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 오지 못했다. 검사장의 입장에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고 말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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