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로나 이후 달라진 위상…해외서 대접받는 `K채권`
입력 2020-10-18 17:55  | 수정 2020-10-18 22:45
◆ 코리아 뉴프리미엄 ◆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외화 조달 금리가 국내 채권 발행 금리보다 낮아지는 등 한국 금융사들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더 높은 이자를 줘야 했다. 국내 주식·채권이 다른 국가 자산에 비해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대가 이어졌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근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 카드 등 금융사들은 국내 채권 발행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외국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6일 우리은행이 발행한 3년 만기 캥거루본드 금리는 연 0.80%로 만기가 같은 국내 최고 신용등급(AAA) 은행채 금리 1.088% 대비 0.288%포인트 낮았다. 캥거루본드는 외국 기업이 호주 시장에서 발행하는 호주달러 표시 채권이다. 지난 15일 신한카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카드 업계 최초로 외화 채권을 발행했다. 만기는 5년, 발행 규모는 4억달러다. 아시아, 유럽, 중동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발행 금리가 떨어졌고 최종 금리는 1.375%로 결정됐다. 신한카드와 동일한 AA+ 신용등급 금융채 5년물 국내 금리(1.627%)보다 낮게 발행됐다.
지난달 신한은행이 발행한 5년 만기 캥거루본드 금리는 1.183%로, 만기가 같은 국내 AAA 은행채 금리(1.367%)를 밑돌았다. 같은 시기 글로벌 금융그룹 UBS가 호주 시장에서 조달한 금리보다 0.0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낮은 금리를 약속해도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기꺼이 국내 금융사의 해외 채권을 '투자 바구니'에 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이 제로 금리를 2023년까지 유지한다고 공언하고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한국 금융사가 발행한 채권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원화 채권을 발행하는 것보다 달러, 유로 등 외화 채권을 발행한 후 외환시장에서 원화로 바꾸는 편이 더 유리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낮았던 2017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금융기업들의 국외 조달 금리가 국내 채권 발행 금리보다 낮아졌다"면서 "코로나19 이후 한국계 금융사에 대한 인지도와 투자자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국외 조달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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