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울고 싶은 전세난민…"전셋집 구해 주면 성공보수 드려요"
입력 2020-10-18 16:59 
송파구 중개업소 밀집 상가 모습 [매경 DB]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전·월세 시장에서 진평경이 펼쳐지고 있다.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공인중개사에게 '성공보수'를 제안하고, 전셋집을 구경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제비뽑기로 계약자를 뽑는 일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사비'를 요구하거나 퇴거 약속을 모른척 하는 세입자도 있어 임대차 계약 관련 분쟁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8일 주택업계와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 따르면, 최근 전·월세 계약과 관련한 각종 고민과 분쟁 사례가 인터넷 게시판에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A씨는 내년 2월 계약 만료 뒤 옮겨갈 집을 찾기 위해 같은 동네에서 다른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지만, 전세 구하기가 어려워 고민이다. 전세를 찾다가 지친 A씨는 중개업소에 전셋집을 구해주면 중개 수수요에 더해 '성공보수'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B씨는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전셋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금부터 넣었다.

B씨는 "전세 물건이 없어 중개업소 5곳에 내 번호를 주고 집이 나오면 바로 전화를 부탁했었다. 며칠 뒤 전세가 하나 나왔는데, 다른 손님들이 집을 보러 가는 중이라는 말에 마음이 급해져 집도 안 보고 보증금의 20% 수준의 계약금부터 넣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C씨는 집주인이 실거주를 통보해 연말까지 새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주변에 살던 주택 수준의 전세물건은 씨가 마른 데다 어쩌다 나온 물건도 가격이 한두 달 전보다 1억∼2억원 올라 오산이나 평택으로 이사가야하나 고민 중이다.
C씨는 "2년 전에는 비슷한 조건의 전셋집을 비교하면서 골라 왔었는데, 완전히 딴 세상이 됐다"며 "서울 출퇴근 거리를 고려해 교통이 편한 곳에 계속 살고 싶었는데, 전셋값 오른 걸 보니 출퇴근 시간이 1시간은 길어질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임대인들오 나름의 고민이 있다.
경기도에 자가 주택을 보유하고 서울 성동구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E씨는 "전셋집 주인이 딸과 함께 들어와 살겠다고 해 경기도 집에 들어가야 하는데, 세입자가 다른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고 말했다.
E씨는 "세입자 상황에서 보면 인근 전세가 없고 전셋값도 1억∼2억원 올라 곤란한 것 같은데, 혹여라도 내 집에서 못 나가겠다고 버티면 오히려 내가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상황이어서 요즘 세입자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임대인은 "계약 만료로 당연히 나가기로 한 사람이 전세난에 이사 가기가 힘들다면서 이사비로 1000만원 정도는 챙겨달라고 해 어이가 없었다"면서 "집을 안 빼면 소송으로 해결할 수야 있겠지만, 당장 내가 집에 못 들어가면 많은 것이 꼬이게 돼 울며 겨자 먹기로 500만원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매매 시장에선 전세 낀 물건이 인기가 없고, 1억원까지 값이 내려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 논현동에 사는 F씨는 "전세 놓은 아파트를 부동산에 내놨는데, 계약 기간이 1년 남았다며 보자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이걸 빨리 팔아야 내년에 보유세 폭탄을 피할 수 있어 1억원 정도 싼 값에라도 팔아달라고 부동산에 말해둔 상태"라고 귀띔했다.
[조성신 기자 robgud@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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