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상온노출 백신' 불안감 속 재개된 독감 예방접종…"큰 혼잡 없었다"
입력 2020-10-13 15:44  | 수정 2020-10-20 16:04

"오후 늦게는 백신을 못 맞을지 몰라요"

만 13∼18세 이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재개된 오늘(13일) 부산의 한 소아병원 간호사는 백신 접종상황을 묻는 전화에 이같이 말한 뒤 "서두르는 게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전국 병·의원 등에는 백신 상온 노출 사고에 따른 불안감 속에서도 예방주사를 맞기 위한 시민의 발길로 크게 붐볐습니다.

오전 10시쯤 연합뉴스 취재진이 방문한 청주시 상당구 효성병원 지하 2층 로비도 빈 좌석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앳된 아이들은 물론 무료로 예방 주사를 맞으려는 청소년들로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선수 등 44명을 인솔해 이 병원을 찾은 청주 모 고등학교 축구부 감독은 "무료 접종을 재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들을 모아서 한꺼번에 접종받으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시간 서원구 청주의료원 분위기도 비슷했습니다.

이 병원 1층 소아청소년과 앞에는 예방접종을 위해 찾은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자리에 앉지 못해 벽에다 문진표를 대고 작성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초등학생 아들의 손을 잡고 온 44살 안 모 씨도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서둘러 접종하러 왔다"며 "매년 접종하는 데 올해는 유독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풍경은 전국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됐습니다.

대구 수성구 범물동의 한 소아과 의원의 직원은 "지금은 예약하지 않고도 접종할 수 있을 정도지만, 중·고등학생들이 하교하는 오후 4시 이후에는 접종 대상자가 몰릴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대구에서는 이날 지정 의료기관 600여곳에서 만 13∼18세 이하 청소년에 대한 무료 접종이 진행됐습니다.

대구시는 접종 대상자의 80%를 커버할 백신을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상온 노출'에 따른 불안감을 여전히 떨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구 수성구보건소 등 일부 보건소와 병·의원 등에는 오전부터 "백신을 맞아도 괜찮냐"고 묻는 전화가 잇따라 걸려왔습니다.

일부 병원에는 12세 이하 어린이들이 접종하러 왔다가 백신이 동 나는 바람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13∼18세 이하 무료 접종의 경우 보건소에서 백신을 일괄적으로 구매해 의료기관에 배송하지만, 만 12세 이하는 의료기관에서 자체적으로 백신을 확보해야 합니다.


수성구보건소 관계자는 "12세 이하의 경우 백신을 보유한 병원을 파악해 안내했다"며 "정부가 내일부터 만 13∼18세를 위한 백신을 12세 이하에도 일부 접종하도록 했기 때문에 백신 공급이 보다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산에서 접종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인구보건복지협회 부산지회 관계자도 "일부 동네의원에서는 (12세 이하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백신 물량이 없어 우리 쪽에 물량이 있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전했습니다.

큰 혼잡이 빚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국 대부분의 병·의원에서는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전주시 완산구의 한 소아과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큰 혼잡 없이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며 "오랫동안 대기하거나 줄을 서는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습니다.

자녀와 함께 덕진구의 한 병원을 찾은 학부모 45살 박 모 씨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병원에 가자마자 예방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고 안도했습니다.

이 병원에서는 오전에는 30명가량이 대기 없이 접종을 마쳤습니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동네 병원 관계자도 "줄을 설 정도는 아니지만, 접종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이날 만 13∼18세 이하 청소년에 이어 19일부터 만 70세 이상, 26일부터 만 62∼69세를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을 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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