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핫이슈] 국민 한사람 목숨도 소홀히 하지 않는 대통령
입력 2020-10-13 09:09  | 수정 2020-10-20 09:36

서울 광화문 광장에 또다시 거대한 경찰차벽과 철제펜스의 미로식 통행로가 세워진 9일, 지구 건너편 프랑스에선 가슴 뭉클한 장면이 펼쳐졌다.
전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프랑스 국적의 인질이었던 인권운동가 소피 페트로냉(75)이 아프리카 말리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에 붙잡힌 지 4년 만에 풀려나 고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프랑스 파리 서남쪽 근교 공군 비행장에서 페트로냉이 특별기 트랩을 내려오자, 미리 마중나온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반겼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말리 당국에 감사하다"며 "사헬에서 테러와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 한 사람의 목숨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프랑스 지도자의 확고한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영양학 전문의인 페트로냉은 지난 2016년12월 말리에서 20년째 아동 구호 활동을 벌이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GSIM에 납치됐다.
페트로냉의 기적적인 석방에는 마크롱 대통령의 막후 노력이 컸다고 한다.
그가 말리 정부를 움직여 교도소에 수감된 이슬람 무장반군 200여명을 풀어주고 페트로냉을 포함해 인질 4명을 데려오는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테러단체와 타협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엘리제궁은 "프랑스 인질이 없도록 만드는게 프랑스 대통령의 역할"이라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5월에도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여행하다 이슬람 무장세력에 인질로 잡힌 프랑스인 2명을 구출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투입했고 이들 귀환 때 공항에 나가 맞이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그동안 해외에서 피랍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프랑스 못지 않게 온갖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6월 한국인 남성이 아프리카 가봉 해상서 피랍됐다가 풀려나자, 문재인 대통령은 SNS를 통해 "새우잡이 어선의 선장인 우리 국민이 37일 만에 가족 품으로 무사하게 돌아오게 됐다"며 "어려운 처지에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극복해낸 노고를 위로하고 정부 노력을 끝까지 믿고 기다려준 가족들께도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첫 번째 사명"이라며 "최선을 다해준 관계기관과 공무원의 노고를 치하한다"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8·15 광복절 경축식 땐 "국가를 위해 희생할 때 기억해줄 것이라는 믿음, 재난재해 앞에서 국가가 안전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믿음, 이국땅에서 고난을 겪어도 국가가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이러한 믿음으로 개개인은 새로움에 도전하고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다"며 "국가가 이런 믿음에 응답할 때 나라의 광복을 넘어 개인에게 광복이 깃들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단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정부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이런 정부가 지난달 서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를 6시간 넘게 방치하다 참혹한 죽음을 맞게 한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힘들다.
두 아이를 둔 가장이 서해상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피살되고 시신까지 바다에 유기되는 참사가 벌어졌는데도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정부와 군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더구나 정부는 지난달 25일 북한 통일전선부가 '김정은의 동지의 미안함'을 담은 통지문을 청와대에 보낸 뒤, 이 사건을 '피살사건'이 아닌 '사망사건'으로 규정해 빈축을 사고 있다.
자국민 희생된 사안조차 남북관계 개선에 더 무게를 두고 접근하는 듯해 씁쓸하다.
이 사건에 대한 정부의 합리적 대응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글에 벌써 3만명 이상이 동의한 데서 알수 있듯이,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정부가 이런 역겨운 만행을 저지른 북한을 강력히 꾸짖고 두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는 것이다.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종전선언 제안은 멈추고, 북한이 다시는 우리 국민을 살해·협박하거나 핵과 미사일의 무력도발을 통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지 말도록 엄중히 경고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기념일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랑하는 남녘동포"라고 유화제스처를 보내자, 열병식 때 등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같은 괴물무기는 애써 외면한 채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한다"며 반색하기에 바빴다.
김 위원장이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도 하지않고 우리측의 남북공동조사 요구에도 보름넘게 응답하지 않아 국민들이 분노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너무 무책임한 행태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김 위원장의 '악어눈물'과 북한의 '거짓쇼'에 놀아나선 남북긴장 완화와 북한의 비핵화는 요원하다.
위장된 평화 앞에서 안전하고 행복한 삶이란 있을 수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튼튼한 자주국방과 확고한 안보태세로 미국 대선 이후 있을 지도 모를 북한의 신형 핵무기 도발에 대비하고 국민의 생명 보호에 나서야 한다. 북한의 선의에 기댈 때는 지났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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