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울산 화재 '호텔숙식 지원' 찬반 가열…시 "전액 지원 아냐"
입력 2020-10-12 16:48  | 수정 2020-10-19 17:04

울산시가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피해를 본 입주민들에게 호텔 숙식비를 지원하는 것을 두고 첨예한 찬반 대립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는 '호텔 공짜 숙식'이 아닌 법이 정하는 한도에서 '일부 금액'을 지원할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자연재해도 아닌 사유지 화재에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과잉'이라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선 숙식비를 지원하는 시는 마치 호텔 숙식비 전액이 지원되는 것처럼 사실관계가 잘못 알려진 데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입니다.

시는 재해구호법에 근거한 '재해구호기금 집행 지침'에 따라 구호·생계 지원을 위한 주거비와 식비를 제공합니다.


이재민들이 영수증을 제출하면 주거비로 2인 1실 기준 6만 원, 식비 1식(1일 3식) 기준 8천 원을 우선 7일간 실비 지원할 예정입니다.

지원 기간은 연장될 수 있습니다.

즉 1명당 지원액으로 보면 주거비 3만 원, 식비 2만4천 원 등 하루 5만4천 원 수준입니다.

이런 수준의 지원은 올해만 2차례 이뤄진 전례가 있다고 시는 설명했습니다.

3월 울주군 웅촌면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아파트 입주민 588가구 1박 숙식비로 총 3천800여만 원을 지원했습니다.

9월 두 차례 대형 태풍 때도 대피 명령을 받은 11가구에 130만 원가량이 지급됐습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집단 구호소를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시는 강조했습니다.

오늘(12일) 기준 이재민 340명가량이 지역 5개 호텔과 기타 숙박시설 24곳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의 이런 혜택 제공이 일반적으로 화재 피해를 본 사례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제(10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된 글에서 한 청원인들은 "사유지에 자연재해로 불이 난 것도 아닌데 세금을 쓰는 건 아니라고 본다. 자연재해로 피해를 보면 대피소에 텐트를 쳐주면서 이번에는 왜 특별 대우를 하는지 모르겠다"라면서 "개개인과 건설사와 보험회사가 해야 할 일인데, 왜 호텔에다 세금을 써야 하는가"라고 꼬집었습니다.

다른 청원인도 글을 올려 "안타까운 화재지만, 천재지변이 아니다"라면서 "천재지변은 체육관 텐트도 고마워하고 자원봉사자들이 주는 한 끼 식사도 감사해하는데, 사유재산에 보험도 들어간 고급 아파트 불나면 호텔 숙박에 한 끼 8천 원 제공을 세금으로 내준다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뉴스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도 숙식비 지원을 반대한다는 댓글이 적잖게 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여론을 접한 이재민들은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주민은 오늘(12일) 오전 전국에 방송되는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저도 이런 일을 겪기 전에는 과한 지급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라면서도 "실질적으로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잃고 슬리퍼만 신고 나오다 보니 이런 심정을 알게 되더라. 앞이 막막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이 주민은 "호텔을 달라고 요구한 적 없고, (다른 숙소가 마련된다면) 체육관에 가고 싶은 심정이다"라면서 "아이들도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보는데 좋지 않은 댓글을 보고 상처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상훈 이재민 비상대책위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그나마 여유가 있는 분들은 친척이나 지인 집으로 갔고, 도저히 갈 곳 없는 분들이 이곳(호텔)에 모였다"라면서 "주민들이 과도한 요구를 한 것처럼 여론이 호도돼 상처를 입은 분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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