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점자 막는 항균필름·듣다 끝나는 QR코드"…서러운 시각장애인
입력 2020-10-07 19:19  | 수정 2020-10-07 20:32
【 앵커멘트 】
카페나 식당에 갈 때마다 QR 코드를 찍고, 항균 필름에 덮인 버튼을 누르는 일은 이제 꽤 익숙한 일상이 됐지만, 달라진 일상이 여전히 벅찬 이들도 있습니다.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과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입니다.
심가현 기자입니다.


【 기자 】
시각 장애인 조현영 씨는 코로나19 이후 엘리베이터에서 엉뚱한 층에 내리기 일쑤입니다.

눈이 돼 주던 점자가 감염 방지용 항균 필름에 덮여 제대로 읽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조현영 / 시각 장애인
- "손으로 만져서 몇 층인지 확인을 해야 하거든요. 근데 밋밋하니까. 이게 몇 층이라는 거지?"

카페나 식당에 들어갈 때도 두려움이 앞섭니다.

- "앞에 QR 체크인 한 번 부탁드릴게요."

모든 약관을 직접 듣고,

몇 번의 실패 끝에 겨우 발급된 코드를 성공적으로 인식시키기에 제한시간 15초는 너무 짧습니다.


- "이거 QR코드 나왔는데."
- "인증시간 만료돼서 다시 하셔야 할 것 같은데…."

수기 명부라고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닙니다.

▶ 인터뷰 : 조현영 / 시각 장애인
- "(대신 써달라고) 부탁을 해도 너무 바쁘셔서 부탁 자체를 못 하겠더라고요. 눈치도 보이고, 주문받고 하시느라 바쁘고. 저는 수기로 써야 하는 곳은 거의 안 가거나…."

디지털 인증 문화가 버거운 건 고령층도 마찬가지,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카페는 QR코드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토로합니다.

▶ 인터뷰 : 임정화 / 서울 종로구 카페 업주
- "출입 (기록) 작성 시작하고부터 한 서너 분 정도만 있었어요. 거의 안 하시기에 전화번호 기재만 하는 쪽으로…."

실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는 정보화 수준은 고령층이 일반 국민의 64%, 장애인이 75% 수준입니다.

▶ 인터뷰 : 석재은 /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사회 시스템 자체가 많이 흔들리고 새롭게 규범을 만들어나가는 상황이다 보니까. 사회적 약자가 그 안에서 또 어떻게 배제되고 어려움을 겪는지에 대한 꼼꼼한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

익숙해진 코로나 뉴 노멀 속 소외된 이들을 위한 배려의 시스템이 과제가 됐습니다.

MBN뉴스 심가현입니다. [gohyu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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