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강 "도서정가제 사라지면 책의 죽음을 경험하게 될지도"
입력 2020-10-06 15:48 

국내 작가 중 69.9%가 도서정가제의 개정 방향에 대해 유지(39.7%) 또는 강화(30.2%)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6일 한국출판인회의와 한국작가회의는 리얼미터를 통해 실시한 도서정가제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대상 중 1135명이 응답을 했으며 표본은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 2300여 명과 한국출판인회의가 제공한 비문학 작가 1200명이었다. 신뢰도 95%에 표본 오차는 ±2.9% 수준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의 도서정가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10+5% 정도의 할인을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반면,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30% 정도 나왔다.
도서정가제가 현재 작가에게 도움이 되는지 묻는 질문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33%)는 의견보다 1.5배 높은 47.1%로 조사됐다. 도움이 되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는 1위가 '가격 경쟁의 완화(62.85)', 2위가 '작가의 권익 신장(58.5)', 3위가 '동네서점의 활성화(54.8%), 4위가 '신간의 증가(31.7%), 5위가 '출판사의 증가(18%)' 순이었다.
응답자 절반이 도서정가제가 책값의 거품을 걷어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해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비율(30.8%)보다 20% 가까이 높았다.
박준 시인(왼쪽)과 한강 작가(가운데)가 도서정가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응답자 중 43%는 '도서정가제가 신간 출간에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해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숫자(33.9%)보다 9% 이상 높았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23.1%였다. 이런 결과는 2014년 11월 시행된 도서정가제의 여파로 2013년 6만1548종이었던 신간 종수가 2017년에는 8만1890종으로 33% 이상 늘었다는 출판 통계와도 유사한 흐름을 보여준다.
독립서점 증가가 독서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66.3%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해서 '도움이 안 된다'고 응답한 19.7%에 비해 높았다. 또한 전체 응답자 중 85.1%가 출판문화산업이 지식, 교육, 문화 산업의 근간으로 보호되고 육성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한편 이날 오후 한국출판인회의에서는 한강 작가, 박준 시인과 도서정가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한강 작가는 "저의 첫 번째 정체성은 작가가 아니라 독자다. 독자로 도서정가제가 없는 세계를 겪어봤다. 거기로 다시 돌아간다는 게 독자로서 위협적으로 느껴졌다"라면서 "많은 분들이 도서정가제를 없애자고 청원도 넣으셨지만, 사실은 도서정가제가 개악이 되었을때 이익을 볼 사람은 아주 소수일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정가제가 사라진다면 태어날수 있었던 책의 죽음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최대 피해자는 독자들이다"라고 말했다.
박준 시인은 "전국 곳곳에 아름다운 독립서점이 많이 생겼다. 대형서점, 인터넷서점과는 다른 방식으로 책을 소개하고, 서점을 꾸민다. 독자로서 이런 곳을 많이 찾아 다니는데, 도서정가제의 가치는 이런 서점들을 지켜준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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