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주 이상 치료 안 되는 폐렴·결핵, 희귀질환 `원발성 폐 융모암` 의심해야"
입력 2020-10-02 18:30  | 수정 2020-10-09 18:36

폐렴·결핵 증상과 비슷하지만 생식기에 생기는 악성 종양인 '융모암(choriocarcinoma)'이 폐에서 발생하는 희귀 사례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다행히 국내 발생 환자는 성공적으로 치료됐지만, 상당수 사례에서는 진단이 늦어 환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중앙대병원에 따르면 발열·호흡곤란·가슴통증으로 폐렴 진단을 받고 2주 동안 항생제 치료를 했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중앙대병원을 찾은 44세 여성 A씨는 원발성 폐 융모암으로 진단됐다.
원발성 폐 융모암은 지금까지 보고된 사례가 A씨를 포함해 66건에 불과한 휘귀암으로 진단에 필요한 전형적인 병의 모습이나 표준 치료가 아직 정립돼 있지 않은 상태다.
특히 호흡곤란과 가슴통증, 객혈 등의 비특이적 증상으로 폐렴이나 결핵 등 다른 병으로 오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진단의 어려움으로 치료가 늦어져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사망 후 부검을 통해서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중앙대병원은 전했다.

A씨의 진료를 맡았던 중앙대병원 산부인과의 이은주 교수와 김지혜 전공의는 A씨에 대한 흉부CT검사를 하고 처음에는 전이성 폐암(metastatic lung cancer)이나 결핵(miliary tuberculosis)을 의심했지만, 혈액검사와 결핵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다.
이에 의료진은 다학제 진료를 통해 CT 영상을 보면서 조직검사를 하는 'CT 유도 폐 조직검사(CT-guided percutaneous lung biopsy)'를 시행해 융모암을 확인했다. 융모암 종양표지자검사인 B-HCG(융모성성선자극호르몬)를 측정한 결과도 수치가 크게 상승돼 원발성 폐 융모암으로 진단했다.
이은주 교수는 "원발성 폐 융모암의 65개 증례를 살펴보면 20% 환자에서는 융모암일 거라는 생각을 못해 진단을 못하는 사이에 암이 빠르게 진행돼 결국 치료도 못하고 부검을 통한 조직검사로 진단됐다"며 "나머지 약 80%는 폐암으로 오진해 수술적 치료가 시행됐고, 수술 후 조직검사를 통해서 융모암으로 진단됐으나 53.8%만이 치료가 됐고, 46.2%는 치료에 실패해 사망해 사망률이 높고 예후가 매우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A씨에 대해 복합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시행해 성공적인 치료 결과를 이끌어 냈으며, 이후에도 환자는 별다른 부작용 없이 퇴원해 3년이 지난 지금도 재발하지 않고 건강하게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이은주 교수는 "원발성 폐 융모암은 상당히 독특한 종양표지자를 가지고 있어서 단순히 B-HCG 검사만으로도 충분히 진단할 수 있다"며 "모든 폐 병변에서 선별검사로 B-HCG 혈액검사를 포함한다면 진단이 늦어지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은주 교수 연구팀은 A씨 사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냈고, 이 논문은 국제과학기술인용색인지수(SCI)급 암학술지인 '캔서 인베스티케이션' 최신호에 게재됐다.
[한경우 기자 case1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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