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대통령 코로나 확진…美 대선 일정 카오스 상태
입력 2020-10-02 14:22  | 수정 2020-10-09 15:06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 [사진 =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저평가하고 느슨한 방역을 선호해 논란을 일으켜 왔다. 대선을 한달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에 걸리면서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에 글로벌 증시와 선물 시장도 급락했다. 향후 미국 정국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시장에도 큰 충격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2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FLOTUS(영부인 멜라니아를 의미)와 내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우리는 격리와 회복 절차를 즉시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함께 이를 극복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최측근 호프 힉스 백악관 고문의 코로나 확진 이후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격리돼야 할지, (코로나19에) 걸렸을지 나는 모르겠다"며 "그냥 검사를 받았는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라고 말했지만 바이러스의 일격을 피할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인 감염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앞서 양성 판정을 받은 힉스 백악관 고문은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TV 토론을 위해 클리블랜드로 갈 때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했고, 이튿날 미네소타 유세를 다녀올 때도 에어포스원과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인 마린원에 동승했다. 힉스 고문은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제이슨 밀러 홍보보좌관 등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측 인사들은 대선 TV토론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숀 콘리 미 대통령 주치의는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이 모두 현재 (몸상태는)괜찮은 상태"라면서 "대통령 부부는 (코로나19에서) 회복되는 동안 백악관 관저에 머무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콘리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복 기간에도 업무를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발열 등 증상을 나타냈는지,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멜라니아 여사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확진 사실을 확인하면서 "집(관저)에서 격리하고 있다. 우리 부부의 건강 상태는 괜찮다. 나는 약속을 모두 연기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미 정부 운영 차질은 물론 대선에도 일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증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유세가 중단됐고 선거 캠프의 주요 인사들도 코로나 검사 절차에 들어가는 등 선거 일정에 커다란 변화가 올 전망이다. 주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접촉한 이들을 추적 중이라면서 이들에게 적절하게 통지하고 대응 조처를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코로나19 양성판정은 트럼프 대통령 선거운동에 바로 어려움을 줄 것"이라면서 "그가 (코로나19로) 아프기까지 하다면 (대통령 후보로서) 투표지에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때문에 심각하게 아프지 않더라도 양성판정 자체만으로 지난 몇 달간 코로나19 대유행의 심각성을 축소하려 한 그의 정치생명에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에 글로벌 증시도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새벽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4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나스닥 지수도 200포인트 이상 빠졌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도 0.67% 하락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감기의 일종'이라거나 "미국에서는 매해 감기로 몇 만 명이 죽는다"와 같이 전염병의 위험을 깎아 내리는 발언을 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네바다주 헨더슨시의 중장비 제조업체 소유 창고에서 50명 이상 모임을 금지한 방역지침을 어기고 수천 명이 참석한 실내 유세를 강행하는 등 최근에는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대규모 실내 유세를 강행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앞서 지난 8월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 행사도 방역지침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 행사 참석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서로 몸이 닿을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서로 몸이 부딪힐 정도의 좁은 통로를 통해 오가는 모습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곳에는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미국 야당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역정책 실패 때문에 미국이 코로나19의 최대 피해국이 됐다고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도 참모들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쾌유를 기원하는 내용을 담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로전을 발송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확진 사실을 밝힌 트럼프 대통령에게 즉시 위로 메시지를 전하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한미 동맹의 무게감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외국 정상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에 위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지난 4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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