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日 증시 `먹통`…"스가 총리 디지털화 구상·도쿄 금융허브 꿈에 찬물"
입력 2020-10-02 09:53  | 수정 2020-10-09 10:07

세계 3위 증시인 일본 거래소그룹(JPX) 산하 도쿄증권거래소가 2일 오전 9시 정상 거래를 재개했지만 일본 내에서 신뢰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디지털화 가속화 정책과 도쿄를 아시아권의 금융허브로 키우려는 일본 정부와 도쿄도(都)의 '국제금융도시' 구상도 타격을 받게 됐다는 지적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전날 종일 중단했던 주식 등 전 종목의 매매를 2일 개장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정상적으로 시작했다. 거래가 정상화된 대상은 약 3천700종목의 상장 주식 외에 상장지수펀드(ETF) 등 도쿄거래소에서 매매돼 온 전 종목이다. 일본 증시 대표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와 도쿄 증시 1부 전 종목 주가를 반영하는 토픽스(TOPIX) 지수 등 각종 지수도 정상적으로 산출됐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 등 시세 정보를 전달하는 시스템 등에 장애가 발생한 상황에서 백업 시스템도 가동되지 않아 1일 모든 종목의 매매를 온종일 중단했다. 이 여파로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는 삿포로, 나고야, 후쿠오카 증권거래소도 문을 닫았다.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시스템 장애로 전 종목의 거래가 멈춘 것은 2005년 11월 이후 처음이고, 종일 거래가 중단된 것은 1999년의 현행 전산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하루 만에 거래가 정상 재개됐지만 일본 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일 "자본시장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거래소에서 전 종목이 하루 종일 거래를 할 수 없게 된 상황은 전례가 없는 실수이고, 일본 시장의 신뢰를 해쳤다"고 비판했다. 닛케이는 금융시장에서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을 거론하면서 도쿄도(都)가 내세우는 국제금융센터도 인프라가 불안하면 제대로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금융서비스의 핵심인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이례적인 시스템 장애가 발생한 것을 놓고 정부와 여당 내에서 스가 내각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디지털화 가속화 정책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산케이신문도 홍콩 사태를 계기로 아시아 국제금융센터로서 도쿄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런 문제가 반복돼선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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