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디스이즈네버댓·크리틱…요즘 핫하다는 패션 브랜드 함께 둥지튼 곳 있다는데…
입력 2020-09-29 14:33  | 수정 2020-09-29 16:54

"국내 역량있는 패션 브랜드들이 탄생할 수 있도록 잘 보살펴 주세요."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주말이면 가끔 '무신사 스튜디오'를 직접 둘러보면서 직원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무신사는 지난 2018년 대한민국 패션 메카 한복판인 동대문에 패션 특화 공유 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언론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조 대표는 당시 유일하게 등장하면서 '패션 브랜드의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가치를 전한 바 있다. 온라인 패션 스토어 무신사 자체도 무명의 디자이너들을 발굴해 국내 유명 브랜드로 육성하는 역할을 한 만큼, 무신사 스튜디오 역시 오프라인 공간에서 국내 패션 산업 육성의 한 축을 거들고 있는 것이다. 2009년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한 무신사는 올해 7월 기준 700만 회원과 5000개 브랜드가 입점한 국내 1위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다.
최근 무신사 스튜디오가 오픈한 지 2년을 맞았다. 올해 패션업계는 코로나19로 최악의 해를 맞았지만, 패션 창업의 요람으로 평가받는 무신사 스튜디오의 패션 생태계는 여전히 움직임이 활발하다.
29일 무신사 스튜디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입주 기업이 전년 동기 대비 21%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1~9월) 전체 오피스 공간 1206석 가운데 1025석이 입주를 완료하면서 입주율은 85%에 달한다. 이중 패션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88%다.
무신사 스튜디오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패션 비즈니스를 위한 '올인원(all-in-one)' 프로세스다.
동대문에 터를 잡아 원단·도소매 시장 등과의 접근성을 높였고, 여기에 재봉실·패턴실·촬영 스튜디오·물류창고까지 갖춰 모든 게 한번에 해결될 수 있게 했다. 김우리 무신사 스튜디오 총괄팀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최악인 올 3월엔 이곳을 떠나는 이들도 없진 않았지만, 여름이 지나면서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설명한다. 최근 입주 문의는 현재 월 평균 150건에 이르며, 무신사 스튜디오 투어 신청은 올 3월 대비 30% 이상 늘었다.
국내 패션 트렌드를 이끄는 디스이즈네버댓, 크리틱 등은 이 곳에서 안테나오피스(본사 외부에 위치한 소규모 사무실)를 뒀다.
현재 무신사 스튜디오에는 패턴, 라벨, 프린팅 등 다양한 기업이 입주해 있다. 또 디자인, 영상, 프로그램 개발, 인플루언서, 모델 에이전시 등 패션과 접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다채로운 분야의 기업이 입주해 협업의 범위가 확대되고 시너지 효과도 크다는 분석이다. 인플루언서 첼미와 디자이너 브랜드 문스워드 협업, 라벨업체 '이든디자인과 의류 브랜드 협업, 해외유통 전문기업 'CIC'를 통한 패션 브랜드 도쿄 편집숍 연결 등은 실제로 입주업체들 간에 일어난 협업 사례 등이다.
원단, 부자재 업체 등의 경우 동대문 시장에 거점을 둔 상인들이 들어온 경우도 많다. 통상 패션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은 동대문 시장 상인들에게 바로 접근하기 힘든 '허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무신사 스튜디오에서는 이런 허들이 해소된다. 무신사 스튜디오 관계자는 "패션 비즈니스에 오래 몸담은 이들이 젊은 창업자들에게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이들과 직접 거래하면서 비용을 절감하는 부분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무신사 스튜디오의 올해 택배 출고량이 10% 이상 증가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2월부터 7개월간 월 평균 택배 발주량은 3만건 이상이 유지되는 상황으로, 국내 창업·스타트업 생태계의 성과에 대한 간접 지표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무신사 스튜디오는 대형 택배사와 협력해 입주사들이 원하는 시간에 수량, 횟수와 관계없이 택배 1건당 1650원에 발송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정상가(2500원) 대비 40%의 비용을 절감하는 혜택이 있다. 무신사 스튜디오 입주사들이 2년간 절약한 택배 비용은 약4억2100만원 규모다.
업계는 무신사 스튜디오에 입주한 업체에서 발생하는 연간 거래액을 약 250억원대로 추정한다. 남성 온라인 쇼핑몰 평균 객단가 7만원에 무신사 스튜디오의 연간 택배 물량 36만건을 적용한 추정액이다. 거대한 패션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무신사는 향후 패션 창업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해 제2의 무신사 스튜디오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패션의 중심지인 홍대, 성수, 청담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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