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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가 끝이 아니라고 말하는 진짜 이유 [김재호의 페이오프피치]
입력 2020-09-29 05:59  | 수정 2020-09-29 06:15
추신수와 레인저스의 7년 동행은 끝이났다.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계약이 끝난 추신수, 그는 아직 끝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추신수의 2020시즌이 끝나면서 그와 레인저스의 인연도 일단은 끝났다. 그는 텍사스에서 7년간 799경기에 출전, 타율 0.260 출루율 0.363 장타율 0.429를 기록했다. 114개의 홈런과 355개의 타점을 기록했다.
만족스런 성적은 아니다. 7년 1억 3000만 달러의 계약 규모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추신수 자신도 "내가 원하던 성적은 아니다"라며 이를 쿨하게 인정했다. 그는 "신시내티 시절 보여준 성적을 기대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1~2시즌은 근접했던 거 같다. 여기에 2014, 2016년은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부상으로 못뛰는 시간을 제외하면, 나는 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라고 덧붙였다.
출루율을 3할 7푼 수준을 유지했다. 나쁜편은 아니었다는 한 기자의 지적에 그는 "3할 8푼을 원했다"는 농담으로 받아쳤다. "항상 더 좋은 성적을 추구하며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여전히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게 나다. 내가 다른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마음가짐이 지금의 나를 있게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재차 "이렇게 커리어를 끝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고 있다. 당장 이번 월드시리즈가 끝나면 소속팀이 없는 몸으로 돌아가지만, 그는 "여전히 똑같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시즌 계약이 만료된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똑같이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고 있다. 162경기 시즌이 몸에 벤 이들에게 60경기 단축 시즌으로 커리어를 끝내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 잔인한 일일지도 모른다.
추신수에게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자신의 이름으로 일기를 연재중인 그는 지난 19일 일기에서 이같은 말을 남겼다.

"만약 제가 내년에도 선수 유니폼을 입고 타석에 들어설 수 있다면 딱 한 번만이라도 재미있게, 야구를 즐기고 야구와 어울리며 놀고 싶습니다. 그런 다음 야구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돌이켜보니 단 한 시즌도 그런 시간을 갖지 못했더군요. 그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추신수에게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가 생각한 야구와 즐기며 어울리는 것은 한마디로 이기는 야구였다.
"여기 있으면 이기고 싶고, 월드시리즈 나가고 싶고 우승도 하고싶어진다. 내게는 돈이나 기록, 상보다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큰 거 같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인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를 꿈꿔왔다. 제일 간절하다."
2020시즌 류현진(토론토)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최지만(탬파베이) 등 같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후배들이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을 보고 있으면 그 아쉬움은 더 짙어진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13년 신시내티 시절 와일드카드 게임에 출전했고, 2015, 2016년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고 디비전시리즈에 나갔다. 그러나 모두 첫 판에서 떨어졌다. 그는 "내 커리어에서 제일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는 2021시즌 안좋은 조건의 계약이라도 이길 수 있는 팀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텍사스와 재결합 가능성이 낮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승 경험이 목마른 베테랑들이 강팀을 찾아가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서 흔한 일이다. 박찬호의 마무리도 그랬다. 2008년 LA다저스, 200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2010년 뉴욕 양키스와 계약하며 우승할 수 있는 팀을 찾아갔다. 정작 다저스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시절 한 번의 포스트시즌 경험도 없었던 그는 말년인 2008년 챔피언십시리즈 무대를 밟았고, 다음해에는 월드시리즈까지 등판했다.
이길 수 있는 팀을 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2013년 겨울 추신수가 레인저스를 택했던 그 당시에도 레인저스는 이길 수 있는 팀이었다.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이기기를 원하는 팀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이번 겨울 추신수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그리고 그 선택으로 가을야구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 때로는 한가운데로 가는 실투가 될 수도 있다. 이 칼럼은 그런 글이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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