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두산인프라 인수전…현대重·MBK 맞붙는다
입력 2020-09-28 17:39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현대중공업그룹과 선두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이 참여했다.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와 관련된 소송 리스크를 모두 떠안기로 하면서 잠재 매수자들이 대부분 등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후보가 대거 참여하면서 두산 구조조정의 핵심 매물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의 흥행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두산그룹과 매각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위해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이번 입찰에는 현대중공업지주 등 전략적투자자(SI)와 MBK파트너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등 재무적투자자(FI) 성격의 PEF 주요 운용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한앤컴퍼니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꼽히고 있다. 이날 현대중공업지주는 한국산업은행인베스트먼트(KDB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핵심 자회사이자 소형 건설장비 업체인 두산밥캣이 빠졌음에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나선 것은 대형 굴착기 시장에서 '글로벌 빅5' 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 순위는 캐터필러(12.6%), 고마쓰(11.9%), 존디어(5.5%), 히타치건설기계(5.5%), 볼보건설기계(5.2%) 순이다.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는 각각 9위(3.7%), 20위(1.5%)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시장점유율은 단번에 5.2%까지 상승하게 된다. 이는 5위 볼보건설기계와 맞먹는 수준이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두산인프라코어(약 40%)와 현대건설기계(약 25%) 두 회사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 확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중국이 핵심시장이다. 올 5~6월에는 중국 굴착기 시장에 진출한 해외 기업 중 판매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현대건설기계의 주력 시장은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이다. 일각에서는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의 결단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 건설기계 산업의 발전을 위해 유일한 경쟁사인 현대중공업이 사명감을 갖고 인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결정처럼 권 회장이 이번 건도 국내 산업 발전이라는 뜻을 갖고 추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현대중공업지주가 인수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관문을 넘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공정위는 신청서를 수령하면 경쟁 제한성 평가 등을 검토해 120일 내에 승인 여부를 판단한다.
현대중공업은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이후 줄곧 유력 인수 후보로 지목돼왔다. 앞서 매일경제는 지난달 6일 현대중공업이 그룹 차원에서 회계 및 법률 자문을 받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중공업은 하루 뒤인 지난달 7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인수를 검토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한 달 반 만에 이러한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예비입찰 전에 가장 큰 장애물이던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 리스크가 해소되고, 함께할 FI가 나타나면서 재무 부담이 크게 줄어 (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강두순 기자 / 송광섭 기자 /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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