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지도자 지금까지 이런 사과는 없었다…김정은 "대단히 미안"은 파격
입력 2020-09-25 17:27  | 수정 2020-10-02 17:36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대남 공개사과에 나선 것은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라는 평가다.
북한 통일전선부는 이날 청와대에 보낸 통지문에서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바이러스 병마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 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 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공식 통지문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해 "대단히 미안하다"라는 표현까지 내놓은 셈이다.
분단 이래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남한에 사과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1972년 5월 4일 김일성 주석이 북한을 찾은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의 면담에서 4년 전 발생한 1·21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사건(이하 1·21사태)을 놓고 "대단히 미안한 사건"이라며 "좌익맹동분자들이 한 짓이지 결코 내 의사나 당의 의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2년 5월 13일 방북한 박근혜 당시 한국미래연합 대표에게 "(1·21 사태는) 극단주의자들이 일을 잘못 저지른 것"이라며 "미안한 마음"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1974년 공작원 문세광의 육영수 여사 저격 및 박정희 대통령 암살미수 사건에 대해서도 "하급자들이 관련된 것으로,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면담 과정에서 나온 발언으로 이번처럼 공식 통지문을 통한 사과는 아니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이같은 공개적인 대남 사과를 매우 이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통위에서 김 위원장의 공개 사과에 대한 질문에 두고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신속하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발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상규 기자 boyonda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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