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나이 68세? 이제 시작해도 90세땐 30년차 전문가
입력 2020-09-25 13:06  | 수정 2020-09-26 10:01

혼자 힘으로 병원을 세우고 성공적인 경영을 하는 의료인은 손으로 꼽는다. 우리나라 병원은 소유구조로 보면 약 85%가 민간이지만 운영형태로 보면 거의 100%가 국가소유에 가깝다. 아무리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해도 정부(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가 수가(酬價)라는 이름으로 가격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해도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한 댓가를 받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저보험, 저수가, 저보장 등 3저(低)의 덫에 걸린 우리나라에서 의료경영은 그 만큼 힘들다. 특히 정부가 병원의 급여 및 비급여 항목을 현미경으로 손금보듯이 감시(?)하는 상황에서 병원이 성공하려면 결국 '남다른 의술'로 환자를 많이 유치하는 길 밖에 없다.
맨 주먹으로 시작해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대장항문 특화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양형규 의료원장(서울 강동·양병원)도 성공한 대표적인 의료인이다. 의료원장으로서 경영은 물론, 환자 진료와 수술까지 두루 해내는 진정한 멀티플레이어다. 그는 국내 최초로 거상점막하절제술을 개발해 대장항문 분야에서 명의로 불리며, 후배 의사들이 가장 본받고 싶어하는 의사들의 의사로 존경받고 있다.
68세 나이에도 수십개의 꿈을 지닌 '꿈 멘토' 양형규 의료원장이 '꿈이 밥먹여준다니까!(YMB 출간)'를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모두 3부로 구성된 책은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최대치를 가져라 △도전하면 가질 수 있다 △AI에 맞는 근육을 키우라 등을 중심축으로 40편의 '꿈글'이 펼쳐진다. 그는 삶 가운데 "양형규, 이제 새로운 시작이야'를 수없이 되내였다고 털어놓는다. 자신의 이름을 앞세워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독려해왔다는 고백이다.
양형규 양병원 의료원장
양형규 원장은 책속에서 "60대는 일을 벌일 시기이지 결코 접을 시기가 아니다. 무엇보다 인생 경험이 쌓여 원숙미가 있는 나이다. 그런 우리가 목숨 걸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에 대해 말할 자격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역설적으로 "돈 퍼주는 꼰대 의사의 #라떼는 말이야"를 책 제목의 부제로 달아, 과거에 집착하지 말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꿈을 꾸고 계획을 세워 그 플랜대로 자신만의 '인생 연대표'를 써왔다. 양 원장은 충남 논산에서 출생(1953년)해 서울 광희초등학교, 성동중학교, 성동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 의과대 입학 및 졸업,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 1986년 경기도 구리시에 양외과를 개원했고 1990년 양형규의원 건축, 1996년 양병원 개원(남양주), 2005년 서울양병원 개원(서울 강동구), 2013년 남양주 검진센터 독립 개원, 서울양병원 지속성장 경영 선언, 2019년 암수술후 1개월 환자를 위한 회복병원 건립 계획 수립, '수술후 1개월, 양 암회복병원 건립추진기획단' 발족, 2020년 양바이오 설립 및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출시 등이 그가 걸어온 발자취이다. 그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그룹과외와 학원운영을 해봤고 공사판에서 노가다(막일)도 해봤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과 달리 양 원장은 '학력'보다 '경력'이 중요함을 체득했다. 학력이 좋다고 과외학생들이 몰려 오는 게 아니라 학생지도에 대한 열정과 의지라는 경력이 훨씬 더 중요했다. 해당 분야의 경력과 사회생활의 경력이 합쳐지면 어느 누구도 이길 수 있다는 게 양형규 원장의 철학이다.
양 원장은 해마다 버킷리스트에 20개 정도의 목록을 적은 다음 실천한 항목은 ○, 진행중이면 △, 시작조차 못했으면 ×로 표기한다. 각각 시제로 표현이 가능한데 동그라미는 과거, 세모는 현재, 엑스는 미래가 된다. 이중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단연 세모다. 그가 삶을 살면서 체득한 성공의 요건은 '타이밍'과 '초기 민감성'이다.
양 원장은 "오랫동안 벼르던 것이 있다면 되든 안되든 한번은 바깥으로 털고 가야 한다. 변비로 꽉 막힌 대장을 뚫어놔야 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듯 욕구도 그렇다. 인생을 살다보니 타이밍을 놓치는 것 만큼 꿈을 지연시키는 것도 해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초기 민감성도 성공의 열쇠이다. 가족과 식당을 갔는데, 4인분을 시킨 고기가 2인분 처럼 적게 나왔지만 품질이 뛰어난 것도 아니라면 그 고깃집은 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양 원장 생각이다. 처음 주문한 음식만 먹고 나가는 '초기 민감성'이 곧 사업의 성공여부를 좌우한다는 얘기다.
그는 최근 '꿈이 밥먹여준다니까!' 출간을 통해 또 다시 꿈을 꾼다. 그의 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의료 AI 회사 및 AI대학원대학 설립 △양바이오 회사 창립 △AI카페 건립 △암 수술후 회복병원 설립 등이다. 암수술 후 회복병원은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병원, 존넨베르크병원의 통합의학적 암재활전문병원을 벤치마킹한 것이고, 양바이오는 약 30년의 대장항문 치료노하우를 접목해 △건강기능성 식품(생유산균, 식이섬유, 바이오틱스, 다이어트 선식, 생식, 헬리코박터균, 비피더스균, 건강식품, 영양제, 양배추 환) △뷰티산업(마스크 팩) △의료기기(소형 의료기기 및 소모품 사업) 등의 사업을 하게 된다.

"미래학자 피터드러커는 자신의 전성기를 66세에서 86세까지 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60세에 무엇인가를 시작해도 90세가 되면 30년차 전문성이 갖춰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양형규 원장은 피터드러커를 예로 들며 "60대는 일을 벌일 시기이지 결코 접을 시기가 아니다. 무엇보다 인생경험이 쌓여 원숙미가 있는 나이다"라고 거듭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올해 8월 기준 100세이상 인구가 2만 1411명(남성 5203명, 여성 1만 6208명)으로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시대'가 활짝 열렸다. 양 원장은 나이 100세와 비교하면 60은 뭘해도 늦지 않는 연령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나는 세계 최고의 양성항문질환 의사가 될 것이다!라고 하루에도 수십번 다짐한다. 그리고 주위에도 말한다. 안다. 이러면 열이면 열 속으로 나를 욕하리라는 것을, 하지만 선전포고는 날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며, 죽도록 힘써 목표를 이루고 싶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는 처음 부지를 매입해 병원 건물을 올리던 1988년에서 1990년까지, 남양주에 양병원을 짓던 1995년부터 1996년까지도 그랬단다. 양 원장은 "마치 20년과 같은 시간이었다. 마음 편히 잠 한번 자지 못했고 가족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결과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대장항문 특화병원이 되었다"고 털어왔다.
양 원장은 평소에도 '꿈 중독자'이며 '꿈 멘토'임을 자임한다. 그는 한국 청년들도 이스라엘의 후즈파 정신을 본받아 이스라엘 기업들처럼 나스닥 등록 수의 40%를 점유하길 바란다며 경제 침체인 대한민국이 힘을 내어 제2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기대한다. "꿈이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 실현하기에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그것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으면 은연중에 꿈을 이루려고 하는 힘이 생기거나 또 꿈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삶이 가치있어 보인다"며 양 원장은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말을 인용한다.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도쿄대와 하버드대 수학과 종신교수이자 수학의 노벨상 격인 필즈상을 수상했다.
양형규 의료원장은 그 동안 '누구나 10kg 빠진다! 하루 두끼 다이어트','치질백과', '대장암 뿌리뽑기', '변비 뿌리뽑기','닥터 건강검진' 등 20여편의 저서를 펴냈다.
의학전문 서적으로는 통증이 극히 적은 거상점막하절제술을 개발한 후 시술법과 동영상 등 모든 술기를 담아 '치핵'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 책은 미국 스프링거출판사에서 영문판 'Hemorrhoids'로 출간됐다. 인생을 꿈꾸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 양형규 원장은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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