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직원 거부에도 사진찍어 "불친절" 리뷰 올린 `갑질고객`
입력 2020-09-25 11:19  | 수정 2020-09-26 12:06

서울의 한 백화점 빵집에서 "불친절하다"며 여직원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무단으로 게재한 남성 손님을 두고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남성은 이곳뿐 아니라 다른 가게에서도 여직원들을 촬영하고, 사진을 온라인에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상상초월 백화점 갑질 고객(직원들 사진 막 찍어서 인터넷에 올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서울 한 백화점에 있는 빵집 직원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지난 3일 혼자 마감을 하던 중, 오후 9시 40분쯤 한 남성 손님이 매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해당 남성은 맨손으로 진열된 슈크림 빵 8개를 전부 집어보고, 만지고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이를 본 A씨가 "다 똑같은 거다. 계속 그렇게 만지시면 안 된다"라고 말하자 해당 남성은 "빵을 어떻게 안 만지고 사냐. 어떤 빵집은 다녀도 이런 취급을 받은 적이 없다"고 소리 지르며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했다. A씨가 "요즘 시기가 시기이고, 계속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셔서 말씀드린 거다. 기분 나쁘셨으면 죄송하다"고 사과했음에도 남성은 휴대전화를 들고 A씨 사진을 수차례 찍었다.

A씨가 글과 함께 공개한 폐쇄회로(CC)TV 캡처 사진에는 검은색 상·하의를 입은 남성 고객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 모습이 담겼다. A씨는 옆에 놓여 있던 파일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커피 머신 뒤로 숨기도 했으나 이 남성은 매장 내부와 외부를 돌며 계속해서 사진을 촬영했다.
이 일이 발생한 후 A씨는 "리뷰 사이트를 하루에도 수십 번 보며 제 사진이 올라오진 않았는지 확인했다"면서 "2주 뒤 제 사진과 '불친절하다'는 리뷰가 올라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리뷰를 보고 아직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떨린다. '혹시 다른 고객들도 그러면 어쩌지? 혹시 그 사진을 봤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고객 응대도 힘들다"며 "인터넷에 사진까지 올라오며 욕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금까지 리뷰 작성한 것을 보면 다른 가게 직원들도 있다. 자기 맘에 안 들게 행동하는 직원 사진을 찍고 인터넷에 올리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이 고객은 A씨의 사진과 함께 '저 여직원 답이 안 나온다. 불친절도 정도껏 하라'는 리뷰를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가게에서도 "아주머니가 너무 불친절", "알바하는 아이들 이상하다" 등의 리뷰를 남기며 여성 직원들의 사진을 찍어 게시했다. 다만,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같은 가게를 반복적으로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기준 이 남성의 리뷰는 모두 '숨김 처리'된 상태다. 이 남성이 해당 빵집의 후기를 남기는 데 이용했던 플랫폼인 '네이버 MY 플레이스'는 "이용 정책에 맞지 않는 방법(악성 리뷰 및 초상권 침해)으로 인증한 내역이 확인되어 경고 조치 및 리뷰 숨김처리 진행했다"라며 "해당 사용자는 지속 모니터링 대상이 되며 사흘 동안 사용이 제한된다. 이후에도 지속해서 어뷰징 행동이 보이면 MY 플레이스 사용을 완전히 금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연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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