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월세 얼마나 깎을수 있나?…주택 이어 상가임대도 분쟁 불보듯
입력 2020-09-23 17:53  | 수정 2020-09-23 20:49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임차인과 임대인의 기본적인 권리만 규정할 뿐 상세한 내용이 빠져 시장 갈등과 혼란이 우려된다. 사진은 코로나19 여파로 서울 종로구 식당들이 줄줄이 폐업해 공실 상태로 세입자를 찾는 현수막이 걸린 모습. [이충우 기자]
◆ 상가 임대차보호법 개정 ◆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임차인과 임대인의 기본적인 권리만 규정할 뿐 상세한 내용은 모두 빠져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 7월 말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당시보다 더 큰 혼란이 닥칠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해 추가되거나 변경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이전에 없던 '제1급 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 사정의 변동'이 임차료나 보증금 감액을 요구할 수 있는 이유로 신설됐다. 코로나19로 장사가 안 돼 임차료를 낼 수 없다면 감액을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 법안이 시행된 날로부터 6개월간은 임차인이 임차료를 내지 못하더라도 임대인이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없게 된다. 이전 법에는 임차인이 3개월간 임차료를 못 내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 다만 이 '6개월 유예' 규정은 임시특례 조항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현 상황에만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마지막으로 비상 상황이 끝난 뒤 감액했던 임차료를 다시 정상화할 때는 '5% 상한 룰'을 적용받지 않는다. 5% 상한 룰은 대통령령에 의해 정해진 숫자로 임대인은 계약 갱신 시 임차료를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막은 규정이다. 다시 말해 코로나19로 인한 비상 상황이 끝나 임대인이 임차료 증액을 청구할 때는 감액 전 임차료 수준까지는 제한 없이 임차료를 올릴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법안을 발의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과 전용기·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임차료가 상가 임차인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소득 감소에 따른 임차료 연체로 자칫 영업 기반을 상실하지 않도록 부담을 완화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안 세부 내용이 부실한 데다 법적 구속 능력이 있는 해석을 내려줄 기관도 마땅히 없어 시행과 동시에 관련 소송이 봇물 터지듯 나올 수 있다"는 반응이다.
먼저 임차인이 얼마만큼 감액을 요구할 수 있는지 감액 가능 한도를 정해놓지 않았다. 한 변호사는 "개정안이 임시특례로 6개월간 임차료를 안 내도 된다고 적시한 만큼 임차인이 원할 경우 이론상 100% 감액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른 제1급 감염병 사태가 터졌을 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지는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감액 요구를 안 받아줄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점도 분쟁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이 밖에 연체된 임차료는 나중에라도 받을 수 있는지, 임차료를 받을 때 연체이자는 받을 수 있는지, 임대료를 6개월간 못 받게 된 임대인에 대한 금융 지원 혜택은 없는지 등도 당사자들은 궁금해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국회는 물론 법무부, 국토교통부 등 해당 부처에서도 전혀 내놓지 않았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 소송이 본격화하면 임차인이 코로나19 때문에 임차료를 못낸 것이 맞는지 먼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마디로 '대충 던져놓은' 법안을 상가 임차인들과 임대인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제각각 해석하게 되면 결국 분쟁이 증가하고 혼란만 커질 것이란 얘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고통 분담을 같이하자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며 "상가 임대인들도 대출 원리금, 재산세 등 고정 지출이 많은데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면 임대차 시장이 불안정해진다"고 우려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임대차법도 세부 규정을 명확하게 하지 않아서 시장 혼란이 가중됐는데 상가임대차법도 디테일이 부족하다"며 "임차인은 얼마나 감면받을 수 있는지, 임대인은 어떤 대응 방안이 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어 상가 임대차 시장도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 이선희 기자 / 윤지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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