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민은행 하반기 채용 갑질 논란…취준생들 반발에 수정
입력 2020-09-23 15:30  | 수정 2020-09-23 18:32
국민은행 신입 행원 채용 공고. [사진 출처 = KB국민은행 채용정보]

최근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선 국민은행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공고가 '핫이슈'다. 총 4단계로 이뤄진 채용 전형 중 1단계 서류 전형에서만 자기소개서, 디지털 사전과제, 디지털 사전연수, 역량 검사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준생들은 "취준생이 '을'이라는 점을 이용한 전형적인 갑질"이라고 분노하는 모양새다. 국민은행은 이후 논란이 일자 전형 과정을 일부 변경하기로 했다.
23일 'KB국민은행 채용정보' 사이트에 올라온 공고문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 신입 행원으로 유니버셜 뱅커(UB) 신입, 전문직과 디지털 등 분야에서 약 200명을 뽑는다. 전형은 서류, 필기, 1차 면접, 2차 면접으로 총 4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취준생들은 1차 서류 전형에서 국민은행 측이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별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함과 더불어 별도로 디지털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디지털 사전과제를 제출해야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측은 "지원자의 디지털 역량을 파악하고 1차 면접 때 PT면접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취준생들은 "3~5페이지 분량으로 작성해야하고 많은 공부가 필요해 자소서와는 차원이 다른 요소"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구체적인 과제 내용을 살펴보면 취준생들은 본인이 국민은행의 행원으로 1년간 근무를 했다고 가정하고 KB스타뱅킹, 리브, KB마이머니 등 국민은행이 주력해야 할 디지털 금융 서비스 중 1개를 선택해 현황, 강·약점, 개선방향 등을 검토한 종합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특히 국민은행은 효율적인 과제 수행을 위해 지원자가 보고서의 소재로 삼은 국민은행 디지털 서비스와 경쟁사의 유사 서비스를 직접 사용하고 비교해볼 것을 주문했다. 이에 취준생들은 "서류전형 단계에서부터 지원자들에게 강제적으로 계좌를 개설하라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문자격자들을 제외한 모든 취준생들은 온라인 디지털 교육과정(TOPCIT)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비즈니스와 기술 영역으로 이뤄진 이 과정은 총 24시간의 교육 시간이 소요된다. 또 취준생들은 별도로 국민은행 측이 제시한 방법으로 인공지능(AI) 역량검사도 응시해야 한다.
3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이 모씨(29)는 "코로나 때문에 안 그래도 채용 공고가 많지 않은데 서류 전형부터 과한 주문을 하는 것 같다. 전형적인 채용 갑질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워낙 채용 시장이 좁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계속되자 국민은행 측은 디지털 사전 과제, 사전 연수 과정을 서류전형 통과자에 한해 요구하는 방향으로 채용 절차를 변경할 방침이다.
[차창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