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테슬라가 '반값 배터리' 제시하자…국내 업체 기대·긴장 교차
입력 2020-09-23 14:09  | 수정 2020-09-30 15:04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가 마무리되고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교차했습니다.

테슬라는 시장에서 거론된 차세대 배터리 신기술, '100만 마일 배터리' 등에 대해서는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다소 맥이 빠졌다는 반응이 대체적입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테슬라가 가격을 현재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성능을 개선한 원통형 배터리 '4680'을 3∼4년 내에 내놓겠다고 발표한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이날 발표한 일명 '반값 배터리'는 규격을 기존 2170(지름 21㎜·높이 70㎜)에서 4680(지름 46㎜·높이 80㎜)으로 확대하고, 공정 개선을 통해 가격은 56% 낮추는 제품입니다. 주행거리는 54% 길어질 것이라고 테슬라는 밝혔습니다

테슬라는 '코발트 프리' 정책에 따라 가격이 비싼 코발트는 포함하지 않고 니켈 함량을 크게 늘린다는 구상입니다. 일런 머스크 CEO는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가 긴 주행거리를 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테슬라는 4680 배터리를 3∼4년 내에 양산하고, 생산능력 목표를 2022년 100기가와트시(GWh), 2030년 3TWh(테라와트시)로 제시했습니다.

이날 테슬라가 발표한 내용은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알려져 있었고 신기술에 대한 언급은 없어 배터리 업체들은 우선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입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배터리 업체들도 이미 원가 절감을 위한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어 테슬라의 발표가 새로운 리스크는 아니라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대규모 배터리 생산 경험이 없는 테슬라가 2∼3년 내에 100GWh에 이르는 생산 능력을 입증하겠다고 구체적 로드맵을 밝힌 데 대해서는 이목이 집중됩니다.


100GWh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인 LG화학의 생산 능력과 맞먹는 수준인데 이를 2∼3년 내에 구축한다면 배터리 업체들에 충분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도 원가 절감을 화두로 연구·개발이 한창이고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테슬라의 반값 배터리 생산이 판도 자체를 바꾸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단기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닌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것은 그만큼 배터리에 대한 자신감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테슬라가 수년에 걸쳐 배터리 생산 능력을 대규모로 확보하며 배터리 업체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갈 것"이라며 "수요-공급 관계에서 경쟁 관계로 바뀌게 된다"고 예상했습니다.


다만 테슬라의 목표 실현 여부는 보수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대규모 제조설비 등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상징적으로 제시한 수치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만큼 배터리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머스크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서도 2022년 배터리 공급 부족 가능성을 거론하며 LG화학, CATL, 파나소닉 등 기존 공급사들로부터 주문량을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전기차 생태계의 나아갈 방향성을 확인했다"며 "전 세계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파이를 키우고 붐업(Boom up) 시키는 이벤트로서 국내 업체들도 새삼 긴장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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