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배터리데이는 테슬라가 했는데…LG화학이 방긋
입력 2020-09-23 10:55  | 수정 2020-09-30 11:07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배터리 업계를 비롯해 일반인들도 관심을 갖고 기다렸던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가 막을 내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배터리 원가 절감 추진을 비롯해 한달 뒤 완전자율주행차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신 개념 배터리 등이 공개될 것이라는 세간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발표가 배터리 공급처인 LG화학에게 '호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시간으로 23일 오전 5시 30분부터 진행된 배터리 데이에서, 머스크 CEO는 테슬라의 새로운 원통형 전지를 '4680'으로 명명했다. 머스크 CEO는 "4680으로 불리는 테슬라의 새 원통형 배터리는 기존 전기차와 비교해 에너지 5배, 전력 6배를 높이고, 주행거리 16%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4680의 의미는 원통형 전지의 지름이 4.6cm, 길이 8cm를 뜻한다. 테슬라는 과거 1865(지금 1.8cm, 길이 6.5cm)의 전지를 쓰다가 2170(지름 2.1cm, 길이 7cm)으로 바꿨다. 원통형 전지의 부피가 늘어나면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면서 이동거리는 늘어나게 된다. 테슬라는 현재 2170을 4680으로 부피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것이다. 이 경우 현재 배터리 기준 한번 충전으로 50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의 이동 거리는 약 580km로 늘어나게 된다.
테슬라의 이같은 발표에 LG화학은 오히려 웃고 있다. 현재 테슬라에 장착되는 2170은 일본 파나소닉과 한국의 LG화학이 공급하고 있다. 테슬라가 자체 생산 능력을 확보해 나간다고 했지만 배터리 업계에서는 2년 안에 테슬라가 100GWh를 생산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100GWh의 상당부분을 기존 공급처인 LG화학과 파나소닉으로부터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머스크 CEO는 배터리 데이 하루 전날인 22일 오전(한국시간) 트위터에 "2022년까지 대규모 생산은 없을 것. LG화학과 파나소닉, CATL로부터 공급받는 물량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적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통형 전지는 역사가 오래됐지만 스펙을 바꾸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필요하다"며 "테슬라가 원하는 스펙에 맞춰 배터리를 빠르게 바꾸 수 있는 능력은 한국의 LG화학과 삼성SDI, 일본 파나소닉 등 전 세계적으로도 3개 업체만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LG화학과 파나소닉이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만큼, 테슬라가 원하는 바뀐 스펙의 원통형 전지 또한 이들 업체들이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테슬라가 자체적으로 배터리 셀 생산에 나선다고 해도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워낙 큰 만큼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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