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비용 낼테니 바꾸자" 韓 공무원 설득에 베트남 식당, 욱일기 간판 교체
입력 2020-09-23 10:36  | 수정 2020-09-30 11:04

베트남 퀴논시 내 한 일식집의 욱일승천기 문양의 간판을 우리나라 구청 공무원이 식당 주인을 설득해 내리게 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23일) 서울 용산구에 따르면 윤성배 용산국제교류사무소장은 지난 1일 베트남 중부 빈딘성 퀴논(꾸이년)시에서 새로 문을 연 일식집 출입구 상단에 욱일승천기 문양의 간판이 설치돼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윤 소장은 즉시 식당 매니저를 찾아 "간판 디자인이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와 닮았으니 디자인을 바꾸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식당 매니저는 "외부 인테리어 업자가 공사했고 (본인은) 디자인을 바꿀 권한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윤 소장은 인테리어 업자와도 통화했으나 해당 업자는 "우리는 인터넷으로 일본풍 디자인을 찾다가 눈에 띄는 걸 보고 작업을 했을 뿐"이라며 교체를 거부했습니다. 그러면서 "베트남에는 욱일기 문양을 금하는 법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윤 소장은 본인 페이스북 계정으로 간판 사진을 올려 공론화했고, 이를 계기로 해당 식당에 항의 전화가 잇따랐습니다.

그는 다음 날 다시 식당을 찾아 주인을 설득했습니다. 처음에는 주인이 "베트남 예법상 남의 사업에 간섭하는 게 더 문제"라며 "당신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식당 이미지가 나빠졌으니 배상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윤 소장은 "게시글을 지우고 비용도 직접 낼 테니 간판을 바꿔달라"며 주인을 재차 설득해 마음을 돌리도록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사흘 뒤 설치된 새 간판에는 문제의 욱광(旭光)이 사라졌고, 45도 각도 사선이 배치됐습니다.

윤 소장은 바뀐 간판을 찍어 다시 페이스북에 올리고 "(주인이) 현명한 결정을 내려줘 고맙다"며 "퀴논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이 될 거라 믿는다"라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용산구 관계자는 "간판 교체 후 식당 주인과 인테리어 업자가 몰랐던 사실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윤 소장에게 인사를 전했다"며 "처음에는 언쟁이 있었지만, 지금은 잘 해결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윤성배 소장은 퀴논시 현지에서 용산구(구청장 성장현)와 퀴논시(시장 응오 황 남) 사이의 국제협력 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윤 소장이 이끄는 용산국제교류사무소는 2016년 개소 이래 '꾸이년 세종학당'을 개설해 한국어 강좌를 열고 사랑의 집짓기, 유치원 건립, 백내장 치료지원 등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빈딘성 투자설명회'를 후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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