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역시 명품은 일찍 사는게 이득?…반클리프앤아펠 최대 10% 인상
입력 2020-09-23 09:38  | 수정 2020-09-30 10:07
서울 강남 한 백화점에 위치한 반클리프앤아펠 매장 모습

4대 명품 보석 브랜드 중 하나인 '반클리프앤아펠(Van Cleef & Arpels)'이 오는 24일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 국내에서 가을 혼수철을 맞은데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줄지 않는 명품 수요를 확인하고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 VIP고객에겐 인상 소식 이미 알려…5~10% 올릴 예정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보석 브랜드 반클리프앤아펠은 24일부터 품목별로 5~10% 가격을 올릴 방침이다. 특히 인기 상품인 알함브라 컬렉션 목걸이는 평균 5.8% 가량 인상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 320만원인 빈티지 알함브라 자개 목걸이 가격은 약 338만원으로, 990만원대인 빈티지 알함브라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하루 사이 57만원 가량이 뛰어 1047만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710만원 짜리인 매직 알함브라 오닉스 롱네크리스의 경우 751만원으로 가격이 껑충 뛸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혼수철 인기 있는 웨딩링이나 웨딩밴드 역시 워낙 고가의 제품이다보니 평균 5%만 올라도 고객 입장에서 체감하는 인상폭은 상당히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클리프앤아펠의 VIP고객들은 이미 일주일 전부터 매장에서 보낸 가격 인상 메시지나 직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후 발빠르게 구매에 나서고 있다.
◆ 가을 결혼시즌 맞아 명품 시계·보석 브랜드 일제히 가격 올려
반클리프앤아펠만의 가격만 오르는 게 아니다. 이미 반클리프앤아펠만을 포함해 4대 명품 보석 브랜드로 꼽히는 카르띠에, 불가리, 티파니앤코는 지난 7월부터 이달초에 걸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들 브랜드들이 앞다퉈 가격을올린 데에는 가을 결혼시즌을 맞은 영향이 크다. 보통 명품 브랜드들은 국내에서 결혼식이 몰리는 봄과 가을에 주로 가격을 올려 받는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결혼식을 축소하거나 아예 생략하는 사회적 분위기지만, 예물 준비만큼은 빠지지 않는 탓에 어김없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는 모습마저 엿보인다. 해외로의 신혼여행 길은 막히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결혼식에 드는 비용을 줄인 예비부부들이 예물 투자에는 더욱 과감해지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예물백의 원조격인 샤넬백만 봐도 지난 5월 제품 가격을 20% 가까이 올렸지만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며 "코로나19로 결혼식에 드는 비용을 아낀 대신 명품백이나 주얼리, 시계 등 예물을 계획했던 것보다 더 비싼 것으로 사려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 코로나19에도 못 말리는 '명품 사랑'…양극화 더 느끼는 계기로 작용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명품 사랑'은 지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명품백 가격이 오르기 전 이를 사기 위해 '오픈런(백화점 개장을 기다렸다가 오픈하자마자 해당 매장으로 달려가는 것을 일컫는 말)'하는 모습이나 최근 각종 쇼핑몰에서 재고 면세품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품절 사태를 빚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주요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다. 패션 상품군이 고전하면서 백화점 전체 매출은 14.2% 줄었지만 명품만은 홀로 성장했다. 코로나19 발생 후 억눌렸던 소비 욕구가 분출되는 '보복소비' 성향이 명품에 쏠렸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안 그래도 결혼시즌 마다 기습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배짱 영업' 행태를 보여온 명품 브랜드들은 이같은 보복소비 혜택을 톡톡히 누리며 가격을 또 올리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나홀로 호황인 명품 브랜드 얘기는 많은 이들에게 소비의 양극화를 더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20대 한 직장인은 "코로나로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이 있는 반면 명품 가격 인상에도 사람들이 그렇게 몰린다는 소식을 접하면 마치 딴 나라 얘기 같다"고 말했다.
[방영덕 기자 byd@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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