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목은 무슨, 손님이 없는데"…썰렁한 재래시장에 상인 '한숨'
입력 2020-09-23 07:57  | 수정 2020-09-30 08:0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처음 맞는 명절을 앞두고 전국 재래시장마다 썰렁하기까지 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대목장이요? 지금 한번 보세요. 조용하잖아요. 아직 개시도 못 했어요"

대구 서문시장에서 어린이 한복을 파는 50대 여성 상인은 점심도 거른 채 언제 올지 모를 손님을 기다렸습니다.

그는 "한 해 장사 중 지금이 가장 대목이다. 그런데 매출이 작년 추석보다 70%는 줄었다"며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하루 중 사람이 많이 몰리는 점심시간에 시장을 돌아보니 발길이 드물지 않았음에도 장을 본 물건을 손에 든 사람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대부분 점심 한 끼를 해결하러 온 탓에 물건을 구경해도 사지는 않았습니다.

한 신발가게 주인은 "이번 주도 못 팔면 저희 다음 주에 망해요"라고 읍소했습니다.


전북 전주 남부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마스크를 쓴 상인들은 과일과 생선 등을 가지런히 진열하며 손님맞이에 분주했지만, 이를 들여다보는 눈길은 드물었습니다.

양손에 장바구니를 든 손님들이 곳곳을 바쁘게 오가던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몇몇 사람이 가벼운 봉지를 쥔 채 점포를 드나드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60대 채소가게 주인은 "단골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게 '집에 오는 사람도 없으니 조금만 달라'는 말이다"며 "평소 배추 두 단을 사가던 손님이 한 단만 사 간다"고 울상을 지었습니다.


그는 "올여름에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려 채솟값이 오르니 더 망설이는 것 같다"며 "추석이 오면 조금은 나아질까 기대했는데 추석이 코앞이어도 매출에 큰 변화가 없어서 걱정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이전 명절과 비교하면 형편없다는 상인분들이 많다"며 "비대면을 강조하다 보니 대면 거래 위주인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이 없어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부산 부전시장 한 생선가게 주인은 추석 경기를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습니다.

그는 "작년에는 생선을 장만하려는 손님이 줄을 설 정도였는데 올해는 이렇게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가족이 모여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해서 장사가 더 안된다"고 했습니다.

명절을 앞둔 부전시장은 북적거리는 인파가 볼거리였지만 예년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다른 전통시장보다는 사람이 붐비는 편이라고 합니다.

어묵을 판매는 한 상인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전통시장에 나오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 옷가게 주인도 "40년 장사를 했지만, 올해처럼 사람이 없는 경우는 처음이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집 근처 마트에서 필요한 것만 구입하고 배달을 시켜 전통시장 상인들이 힘들다"고 했습니다.


전국 최대 규모 오일장인 경기도 성남 모란 민속장은 개장 시기조차 불투명합니다.

성남시는 전국 상인과 관광객이 몰리는 장터 특성을 고려해 조건부 개장을 제안하지만, 모란장 상인회는 더는 못 참겠다며 전면 개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모란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월 24·29일과 3월 4·19·24일 5차례 장날을 열지 않았고,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9일까지 7차례 휴장했습니다.

12차례나 장을 열지 않았으니 사실상 두 달 동안 장터를 접은 셈입니다.

성남시는 민속부 점포에 취식을 금지하고 포장만 가능한 조건으로 내일(24일)부터 장을 다시 열자고 상인회에 제안한 상태입니다.

이에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해 재개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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