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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비사업 심의 1/3토막…서울 공급부족 예고편
입력 2020-09-22 17:49  | 수정 2020-09-22 19:41


서울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심의 건수가 근 3년 만에 3분의 1로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의 건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공급 물량이 줄어 향후 주택 수급에 문제가 생긴다. 심의를 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 역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서울 내 주택 공급이 원활히 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심의가 줄고 심의 기간마저 늘면서 내년부터 시작하는 서울 내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비사업 3대 심의로 불리는 건축심의,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와 관련한 서울 정비조합 내 심의 건수가 2017년 총 99건에서 지난해 43건으로 반 토막 나더니 올해는 1~8월 기준 28건으로 줄었다.
지난 3년간 심의 건수가 3분의 1로 감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진행되는 정비사업이 줄고 그로 인해 향후 서울 신축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뜩이나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이 2만1700여 가구로 올해(4만2000여 가구) 대비 반 토막 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같은 공급 부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재개발 사업은 2017년 33건에서 올해 16건으로 절반만 줄어든 데 반해 재건축 사업은 66건에서 12건으로 급감했다. 2018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시행 이전인 2017년 심의를 많이 받았다는 것을 감안해도 재건축 사업이 과도하게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허가권자는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 있지만 정비사업과 관련돼 협업해야 하는 국토교통부 협조가 필요하다"며 "국토부가 막고 있어 사실상 강남권 재건축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강남 재건축 대장주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2017년 8월부터 서울시가 의도적으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재건축 정비계획)를 미루고 있어 추진위원회에서 조합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이뤄지고 있는 심의조차 심사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수행하는 건축심의는 2017년에는 통과하는 데 평균 93일이 걸린 데 반해 2019년에는 102일, 올해는 154일로 점점 소요 기간이 늘어나는 추세다.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평균 소요 기간도 3년간 거의 2배 이상 늘었다. 백준 J&K 도시정비 대표는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들이 조경과 기반시설 등에 대해 예전보다 더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공사비 검증 제도도 정비사업 기간을 연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공사비가 일정 금액 이상 늘어나거나 조합원의 5분의 1 이상이 요청하면 한국감정원 등 정비사업 지원 기구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공사비가 5%만 늘어나도 최대 75일간 공사비 검증을 거칠 수 있게 돼 이를 두고 조합과 시공사 간 마찰이 늘었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변호사는 "지방자치단체 건축심의 과정에서 사업성이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 지연은 결국 조합 손해로 직결된다"고 했다.
결국 서울 아파트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공공재개발을 통해 심의 소요 기간을 절반 이상 줄이고 관련 사업도 늘리겠다고 했는데, 현재 서울 지역 재개발 조합 20여 곳이 공모에 응한 상황이다.
반면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공공재건축은 서울 지역 조합 5곳만 관심을 표명했고 그마저도 물량이 많은 강남권 단지는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시장 수요에 맞게 서울 지역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지난 8·4 공급 대책 당시 서울시가 주장했던 '민간 고밀 재건축'(10만가구 추가 공급) 카드를 다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다.
[나현준 기자 /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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