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라면형제 비극 터지고서야…정부 "아동학대 조사할 전담공무원 도입"
입력 2020-09-22 10:48  | 수정 2020-09-29 11:07


비대면 수업으로 등교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라면을 끓이려다 불이 나 중태에 빠진 초등학생 형제의 사연이 국민들의 안타까움과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이들 형제 어머니의 아동학대·방치 의심정황도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뒤늦게 이 같은 아동학대를 전문적으로 막을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도입한다. 하지만 예산도 인력도 턱없이 부족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자체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도입을 골자로 한 '아동복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2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령안에 따르면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그간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담당했던 현장 조사 권한을 넘겨받아 실제 학대가 있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기존에는 민간이 아동학대 여부를 따지다 보니 현장에서 조사자를 거부하거나 위협하는 등 한계가 많았다. 공권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전담공무원을 도입한 배경이다.
하지만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 특례 관련 고시 제정계획 보고'에 따르면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다음 달 전담공무원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곳은 절반에 못 미치는 98개다. 20개 시·군·구는 올해 말까지 전담공무원을 배치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일을 개시하는 전담공무원은 290명에 불과하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도 정부 예산안을 검토한 결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제 시행을 앞두고 보건복지부가 세웠던 관련 예산 703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당초 복지부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시행을 앞두고 ▲아동 보호와 관련 학대피해아동쉼터 확대,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인프라 확보, 아동학대 전문상담 콜센터 설치, 아동보호전담용원 확보 등 227억원 ▲돌봄 관련 지역아동센터 지원, 다함께돌봄사업 등 245억원 ▲취약계층 아동 지원 관련 아동통합서비스(드림스타트) 지원 245억원이 필요하다고 예산안에 반영했다. 하지만 기재부와 예산 논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 됐다. 천안 9세 아동 사망사건(20.6), 창녕 9세 아동 학대 사건(20.6) 등이 잇따르자 범부처 차원의 개선안이 필요하다며 범부처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대책'을 발표했지만 예산은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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