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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환종의 글로벌 투자 여행] 달러채권 투자 줄여야 하는 까닭
입력 2020-09-21 17:25  | 수정 2020-09-22 08:59
코로나19로 급락했던 전 세계 경기가 3분기에 반등하면서 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일각에선 1980년 이후 40년간 하락해 온 물가와 금리가 다시 반등하면서 슈퍼 인플레이션 시대를 예견하기도 한다. 지금 현금을 버리고 실물을 사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100년간 미국 경제와 물가 추이를 보면 두 번의 물가 급등 시점이 있었다. 2차 세계대전 후인 1940년대 중후반 물가는 경제 성장과 함께 급등했다. 이때는 좋은 인플레이션이었다. 반면 1970년대는 오일쇼크 등 복합적인 문제로 물가 급등 속에서 경기가 후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즉 나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2020년대에도 엄청나게 물가가 상승하는 슈퍼 인플레이션 시대가 올까. 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이유로 인해 물가 급등 시대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한 유동성이 곧바로 물가 급등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각국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 정책으로 통화량이 급증했음에도 화폐 유통 속도가 하락하면서 높은 물가 상승률로 연결되지 않았다.
둘째, 개인과 기업에 직접적인 자금 공급이 소비 확대로 연결될 가능성도 커 보이지 않는다.

셋째,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무작정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평균 물가 목표제를 통해 2%의 물가 목표를 상회하더라도 바로 긴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것은 목표 수준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지 목표 수준을 크게 넘어서는 물가 급등을 용인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된다면 언제든 긴축으로 통화정책이 전환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넷째, 도널드 트럼프 시대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아마존 효과'와 자동화 등으로 인해 비용 상승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2020년대의 물가는 과거 두 차례 슈퍼 인플레이션 시대와는 달리 2010년대의 저성장·저물가·저금리 시대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올해 말과 내년 상반기 물가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경기 회복이 진행되고 기저 효과에 의한 소비자기대물가지수 반등으로 인해 급등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기대되는 물가 상승분에 더해 대규모로 발행되는 국채발행 물량 부담도 명목 금리의 상승 압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재 0.7% 수준인 미국채 10년물은 내년 상반기 약 1.5%까지 급등할 것으로 보여 달러 채권의 비중을 줄여 갈 것을 권고한다. 또한 금리 상승 추세가 안정을 찾게 되는 내년 중반이 다시 채권 투자의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 리서치센터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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