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이익 없게 하겠다"는 순경시험 대응책에…"대체 어디가 공정?" 수험생 반발
입력 2020-09-21 15:16  | 수정 2020-09-28 15:36

지난 주말 치러진 순경채용 필기시험에서 발생한 문제 유출 의혹에 대해 경찰이 책임을 인정하고 대응책을 발표했지만, 논란의 본질을 비껴갔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치러진 순경채용 필기시험에서 선택과목인 경찰학개론 9번 문제의 유출 의혹이 일었다. 문제가 잘못 출제되자 일부 시험장에서 정정 내용을 시험 시작 전 미리 칠판에 써놨고, 소지품 제출 전이었던 일부 수험생이 해당 부분을 책에서 찾아보거나 휴대전화로 공유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시험 관리상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논란을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어 향후 전형을 A·B그룹으로 나눈 투트랙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며 대응책을 내놨다. 기존 공고된 선발 예정 인원에 따라 필기 합격자(A 그룹)를 선발하고, 이와 별도로 9번 문제로 인해 탈락할 수 있는 응시생 구제를 위해 모든 필기시험 불합격자에게 1문제에 해당하는 조정 점수를 부여해 합산 점수가 A 그룹 합격선 이상일 경우 추가 필기 합격자(B 그룹)로 선발해 전형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경찰청이 발표한 구제 방안을 두고 수험생들은"이게 무슨 주먹구구식 땜질인가. 결국, 피해는 수험생 몫"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시험에 응시했다는 A 씨는 "국가 공무원 시험인데 문제가 유출됐으면 다시 봐야 하는 거 아닌가.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 시험이다. 거기다가 1~2점 차, 아니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오가는 시험인데 가산점 부여는 뭐 하자는 건지. 대충 '다 점수 줄 테니 넘어가자'는 주먹구구식 땜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응시생 B 씨 역시 "시험 시간 종료 후에도 답안지 작성하라고 추가 시간 준 것에 대해서는 왜 언급 안 하나. 1분 1초를 다투는 시험이다. 그 '불공정'은 왜 그냥 넘어가려고 하느냐"고 지적했다. 같은 날 충북의 한 시험장에서는 수험생이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린 뒤 답안지에 마킹할 시간을 달라고 하자 감독관이 추가 시간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험생 C 씨는 "이렇게 되면 문제 유출로 미리 문제를 알아서 한 문제 차이로 합격한 사람들은 그대로 합격. 한 문제 차이로 떨어진 사람들도 논란이 된 9번 문제의 정답 여부와 상관없이 전부 추가 합격"이라면서 "선발 인원은 당연히 늘어날 테고, 그만큼 내년 채용인원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왜 잘못은 경찰이 했는데 피해는 애꿎은 수험생들이 봐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심경을 밝혔다.
한편 2020년 제2차 순경 채용 필기시험은 지난 19일 전국 94개 학교·2684개 고사장에서 진행됐으며 시험 접수 인원은 5만1000여 명으로, 경쟁률은 18.8대1을 기록했다.
[홍연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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