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최상위 1% 부유층의 탄소 배출량이 하위 50% 극빈층의 2배 이상
입력 2020-09-21 14:09 
공장에서 많은 양의 연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 제공 = 옥스팜]

부익부 빈익빈 문제가 탄소배출 분야에서도 발견됐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가 지난 25년 동안 탄소 배출량 문제에 있어 하위 50% 극빈층에 비해 2배 이상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탓이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기후위기 등 글로벌 위기상황을 논의하는 유엔총회에 맞춰 21일 발표한 보고서 '탄소 불평등에 직면하다(Confronting Carbon Inequality)'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옥스팜과 스톡홀름 환경연구소(Stockholm Environment Institute)가 함께 발간한 이번 보고서는 1990년부터 2015년까지 25년간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1850~1989년 전 세계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753Gt(기가톤)이었고, 1990~2015년에는 722Gt이었다. 불과 25년 만에 140여 년간 배출한 것과 거의 동일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에 더해진 것이다. 1기가톤은 10억톤에 해당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0%(약 6억3000만명)가 25년 간 누적 탄소 배출량의 절반이 넘는 52%를 차지했다. 최상위 1% 부자는 무려 15%를 차지했다. 이는 유럽연합(EU) 모든 구성원들의 배출량보다 많으며 하위 50% 극빈층이 배출하는 양(7%)의 2배 이상에 달했다. 이번 보고서는 25년간 전 세계 평균 인구를 약 63억명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가 지난 25년 동안 탄소 배출량 문제에 있어 하위 50% 극빈층에 비해 2배 이상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제공 = 옥스팜]
이 기간 동안 상위 10% 부유층은 전 세계인이 사용할 수 있는 '섭씨 1.5도 탄소 예산(1.5C Carbon budget)'의 3분의 1을 낭비했다. 이에 반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극빈층은 4%를 소비하는 데 그쳤다. 탄소 예산은 지구 기온 상승을 섭씨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전 세계가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남은 양을 말한다. 지난 2015년의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에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이 섭씨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최상위 1% 부유층의 총 탄소 배출량 증가치(19%)는 하위 50% 빈곤층의 3배보다도 많았다.
옥스팜의 기후정책 책임자이자 이번 보고서의 저자인 팀 고어는 "부유한 소수의 과잉 소비가 기후위기를 촉발하고 있지만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가난한 지역사회와 젊은이들"이라며 "이러한 극심한 탄소 불평등은 많은 정부가 수십 년 동안 지극히 불평등하고 탄소 집약적인 경제 성장을 추구한 것에 따른 직접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보고서는 코로나19에 따른 봉쇄령이 완화됨에 따라 탄소 배출량은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배출량이 해마다 지속적으로 감소하지 않고, 탄소 불평등을 간과한다면 탄소예산은 2030년에 완전히 고갈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인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 치명적인 사이클론, 아프리카 전역에서 작물을 파괴시킨 거대한 메뚜기떼, 호주와 미국에서 전례없는 폭염과 산불을 경험했다. 이 같은 사태는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지만,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특히 큰 타격을 받는다.
옥스팜 보고서는 지구 기온을 섭씨 1.5도 이상 높이지 않으려면 상위 10% 부유층의 1인당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현재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 세계 연간 탄소 배출량을 현재의 3분의 1로 줄이는 것과 같다. 옥스팜에 따르면 정부가 부유층의 과도한 탄소 배출을 막고, 가난하고 취약한 지역사회에 투자한다면 극심한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옥스팜이 인용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상위 10% 부유층이 육상운송과 관련된 에너지의 거의 절반(45%)을, 항공 관련 에너지의 4분의 3을 사용하고 있다. 교통 수단은 오늘날 전 세계 배출량의 약 4 분의 1을 차지하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2010년과 2018년 사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 증가의 두 번째 큰 원인이었다.

고어는 "불평등하고 구시대적인 코로나19 이전의 경제를 단순히 재부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정부는 이 기회를 통해 경제를 재편하고 우리 모두를 위한 더 나은 내일을 설계해야 한다"며 "SUV와 잦은 비행과 같은 고급 탄소에 대한 세금부과와 금지 조치를 통해 부유층의 탄소 배출을 억제해야 한다. 그로 인해 확보된 자금은 일자리 창출과 빈곤퇴치를 위한 공공서비스 확대, 저탄소 부문에 투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스팜은 지난 1942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시작해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인도주의 구호 및 개발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제구호개발기구다. 지난 78년간 전 세계 약 90여 개국에서 식수와 위생, 식량원조, 생계자립, 여성보호 및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빈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각 국 정부 및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정책 입안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6·25전쟁 당시 6만파운드를 지원하며 긴급구호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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