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슐랭] "이건 반칙이지"…`손흥민 발탁` , 볼보 S90의 `야심만만` 속내는
입력 2020-09-21 14:06  | 수정 2020-09-21 14:58
[사진 제공 = 볼보코리아]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축구 종주국 영국에서 '월드클래스' 프리미어리거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20일 저녁 미친 듯 신들린 활약을 펼쳤다.
사우샘프턴 FC와 경기에서 동점골과 역전골에 이어 해트트릭을 달성하더니 4골을 몰아넣었다. 이날은 '매드 손 데이(Mad Son Day)'다.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볼보 신형 S90이 떠올랐다. "손흥민을 신형 S90 모델로 발탁한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재미' 좀 보겠네"라는 생각과 함께 손흥민을 발탁한 속내를 '마침내' 알아챘기 때문이다.

볼보코리아가 '피겨여왕' 김연아에 이어 CF를 평정하고 있는 '스포츠 스타' 손흥민을 캠페인 모델로 발탁했다는 소식에 처음에는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다. 스타를 홍보모델로 쓰는 거야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흥민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시승 경험을 돌이켜보니 볼보코리아의 진짜 속내가 보였다.
손흥민은 박지성 이후 오랜만에 월드클래스로 인정받는 프리미어리거다. 그러나 '벼락 스타'가 아니다.
2010년 초반부터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고, 2014 브라질 월드컵을 계기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월드클래스'는 아니었다.
그러나 토트넘 홋스퍼에 들어가 시즌마다 10골 이상 넣는 활약을 하며 월드클래스 대열에 합류했고 2018 러시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하면서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축구 스타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번리와의 홈경기 전반 32분에 자기 진영 페널티 지역 부근에서 공을 잡은 뒤 70m를 질주하면서 번리 선수 6명을 차례로 따돌리고 넣은 '월드골'은 그의 존재가치를 다시 부각시키면서 명실상부 '월드클래스'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사우샘프턴 FC와 경기에서 해리 케인과 함께 4골을 합작한 그는 이제 월드클래스 중에서도 월드클래스로 승격하게 됐다.
[사진 제공 = 볼보코리아]
여기서 손흥민을 S90 캠페인 모델로 발탁한 볼보코리아의 '야심만만'이 드러난다.
결론부터 말하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가 장악한 '수입차 프리미어리그' E세그먼트(Executive cars)에서 '마이너리거'를 벗어나 '프리미어리거'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을 내보인 셈이다.
사실 볼보는 90년대까지 벤츠, BMW와 함께 글로벌 프리미엄 세단시장을 이끈 삼두마차였다. 볼보 S90의 원조인 볼보 900시리즈도 국내 수입차 시장의 개척자였다.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다음해인 1988년 진출한 뒤 1991~1992년에는 4기통 엔진을 얹은 볼보 940의 인기에 힘입어 볼보는 수입차 브랜드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각진 디자인으로 남성미를 뽐내고 6기통 엔진으로 힘깨나 쓰던 볼보 960는 국내외에서 국가 정상, 요인, 기업인 등 VIP만 타는 명품 세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지금으로 보면 벤츠 S클래스급 대접을 받은 셈이다.
볼보 960은 1997년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볼보의 새로운 작명법에 따라 S90로 이름을 바꿨다. S90는 오래가지 못했다. 다음해 등장한 후속모델인 S80에 자리를 넘겨주고 단종됐기 때문이다.
볼보 S80은 그러나 '안전'이라는 굴레에 묶여 차별화된 디자인을 보여주지 못했다.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보다 상대적으로 투박한 디자인으로 '나이 먹은 사람이나 타는 차'라는 평가까지 받게 되면서 나이보다 젊은 감각을 추구하는 40~50대 '젊은 오빠'에게 외면받았다.
볼보는 이에 지난 2016년 S80 대신 S90을 다시 부활시켰다. S90은 E세그먼트에서 세련되게 진화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합리적 가격으로 무장했고 독일 프리미엄 세단만 고집하던 소비자들의 마음을 조금씩 파고들었다.
가능성을 엿본 볼보는 지난 2016년 이후 4년 만에 부분변경 모델인 신형 S90을 내놨다.
[사진 제공 = 볼보코리아]
신형 S90 시승 소감을 간단히 정리하면 "미쳤군, 이건 반칙이지", "이런 반칙은 언제나 환영"이다.
'반칙'이라고 여긴 이유가 있다. 기존 차급 규칙을 깼기 때문이다. 차체 길이로 차급을 구분하는 유럽 기준으로 기존 S90은 E세그먼트에 해당한다.
E세그먼트에 해당하는 차종의 길이는 4700~5000mm다. E세그먼트보다 상위 차급인 F세그먼트(Luxury cars)는 5000mm 이상이다.
E세그먼트에 해당하는 벤츠 E클래스는 전장이 4925mm, BMW 5시리즈는 4935mm로 모두 E세그먼트 규정을 충실히 지켰다.
그러나 신형 S90은 5090mm다. 기존 모델보다 125mm 길어지면서 세그먼트를 파괴했다. 오히려 F세그먼트인 벤츠 S클래스(5155mm), BMW 7시리즈(5120mm)와 경쟁할 수준이다.
요즘엔 차종이 세분화되면서 기존 규정에 맞지 않는 차들도 많아졌지만 신형 S90은 너무(?) 나갔다. 도가 지나쳤다. 레슬링이나 권투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몸무게를 줄이는 사례와 반대다.
신형 S90는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가 다져놓은 E세그먼트를 파괴했다. 기존 E세그먼트 관례를 따른다면 마이너리거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서다.
크기만 키운 게 아니라 급을 뛰어넘는 안전·편의성, 볼보 돌풍의 비결인 합리적 가격과 수입차 최고 수준의 품질 보증 기간을 책정했다. 암묵적으로 존재했던 기존 수입차 판매 규칙을 깨고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합리적 가격과 업계 최고 수준의 품질 보증은 손흥민이 4골을 넣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케인의 '도움(어시스트)'을 연상시킨다.
[사진 제공 = 볼보코리아]
가격은 다른 볼보 모델들처럼 가장 큰 장점이다. 기존 S90 T5 인스크립션(6590만원)과 후속인 신형 S90 B5 인스크립션(6690만원)을 비교하면 전장과 휠베이스가 길어지고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것만으로도 200만원 이상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여기에 어드밴스드 공기청정 기능, 파노라믹 선루프, B&W 사운드 시스템, 크리스탈 기어노브, 무선충전 시스템, 럭셔리 뒷좌석 암레스트 등을 추가했지만 가격은 1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업계 최고 수준의 5년 10만km 무상 보증 및 소모품 교환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는 볼보의 경쟁력이다.
자신감도 E세그먼트 파괴에 한몫했다. "차가 없어 못 판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요즘 볼보가 '핫'하기 때문이다.
XC40, V60, S60, XC60 등은 계약서를 쓴 뒤 3개월 이상 지나야 받을 수 있고 일부 인기 모델은 1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국내 판매되는 신형 S90은 볼보의 친환경 전략에 따라 디젤 엔진 없이 하이브리드 모델만 나온다. 국내 출시 모델은 마일드 하이브리드카인 B5와 플로그인 하이브리드카인 T8로 구성됐다.
[사진 제공 = 볼보코리아]
시승차는 신형 S90 B5다. 첨단 운동에너지 회수 시스템이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과 결합한 엔진통합형 전동화 파워트레인과 8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했다.
최고출력은 250마력, 최대토크는 35.7kg.m다. 전기모터가 출발가속과 재시동 때 엔진출력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14마력의 추가 출력을 지원한다.
얼핏 보면 외관에서는 기존 모델과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러나 더 다부지게 보이면서 넓어 보인다. 앞 범퍼를 좌우로 가로지르는 크롬 라인을 적용해서다. 프런트 그릴은 더 깔끔해졌고 그릴 중앙에 자리잡은 볼보 상징 '아이언마크'는 3D 형태로 입체감을 제공한다.
옆에서 보면 길어난 길이만큼 더 날렵해졌다. 쿠페 스타일로 우아한 매력도 추구했다.
뒷모습도 세련미와 안정감에 초점을 맞춰 다듬어졌다. 공기저항을 낮춰주는 트렁크 일체형 스포일러, 차체 속으로 사라진 배기 테일 파이프, 시퀀셜 턴 시그널을 포함한 풀 LED 테일램프, 범퍼를 가로지르는 크롬 라인을 채택해서다.
실내도 얼핏 기존과 달라진 게 없어 보이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유가 있다. 마사지 기능을 포함한 나파 가죽 시트, 19개 스피커로 구성된 바우스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 천연 크리스탈로 제작한 오레포스 기어 노브를 채택해서다.
뒷좌석은 압권이다. 쇼퍼드리븐(운전기사가 따로 있는 차)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뒷좌석 공간이 넓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를 보면 알 수 있다. 3060mm로 기존 모델보다 120mm 늘어났다.
벤츠 E클래스(2940mm), BMW 5시리즈(2975mm), 아우디 A6(2924mm)는 물론 벤츠 S클래스(3035mm)보다 길다. 그만큼 실내공간이 넉넉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뒷좌석 바닥에 가운데로 솟아오른 센터 터널만 없다면 성인 남성이 바닥에 편하게 누울 수 있는 수준이다. 다리를 꼬고 앉을 수도 있다. 센터 터널 때문에 발을 바닥에 내려 놓을 때 불편은 하지만 성인 3명이 나란히 앉을 수도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뒷좌석 위쪽까지 넓게 뻗어있어 시원한 개방감을 제공한다. 운전자가 아니라 뒷좌석 승객도 선루프를 조작할 수 있다. 뒷좌석 도어 안쪽에 있는 다이얼로 조수석을 앞으로 밀면 항공기 1등석 같은 공간을 가질 수 있다. 럭셔리 암레스트, 전동식 선블라인드도 갖췄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심이 더 높아진 '안전한 공간'에 대한 사회적 트렌드를 반영, 초미세먼지를 걸러주는 PM 2.5 센서 및 미립자 필터를 추가한 어드밴스드 공기청정(Advanced Air Cleaner) 기능도 기본 탑재했다.
마사지·통풍 시트, 첨단 안전 시스템, 인텔리 세이프 등 E세그먼트 수준을 뛰어넘는 첨단 옵션도 적용했다.
[사진 제공 = 볼보코리아]
볼보차를 처음 타보는 사람은 시동 버튼을 찾을 때 혼란이 올 수 있다. 시동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기어 노브 아래에 있는 시동 다이얼을 좌측으로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ECO), 컴포트(Comfort), 다이내믹(Dynamic)으로 구성됐다.
하이브리드카답게 시동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스티어링휠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고 적당한 무게감을 지녔다. 브레이크를 떼고 발을 밟으면 부드럽게 움직인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조용하고 안락하다. 노면 소음과 바람 소리가 억제된 상태로 들어온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스티어링휠이 살짝 무거워진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굉음을 내지르는 대신 중저음의 엔진 소리와 함께 치고 나간다. 지치지 않고 속도를 높이지만 짜릿한 질주 성능을 발휘하지는 않는다. 뒷좌석 VIP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려는 쇼퍼드리븐 성향을 보여준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스포츠 모드와 컴포트 모드의 차이도 크지는 않다.
반자율주행 기능은 무난한 수준이다. 알아서 앞 차를 따라가면서 가감속한다. 다만 차선 중앙 유지 시스템은 없어 차선을 이탈하지 않기 위해 차체가 좌우로 지그재그 움직일 때가 있다.
손흥민을 앞세운 신형 S90의 '반칙' 전략은 현 상황에서 성공했다. 7월 중순부터 이달 7일까지 총 3200대가 계약됐다. 올해 판매량 1000대보다 3배 이상 많다. 지금 계약하면 6~7개월은 지나야 받을 수 있다
볼보코리아는 예상을 뛰어넘은 실적에 본사와 협의해 내년에는 3000대를 가져올 계획이다.
신형 S90은 마이너리거에서 프리미어리거로 승격했다. 다만, 월드클래스 프리미어리거로 인정받을 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강력한 월드클래스 프리미어리거인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가 다음 달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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