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폐암으로 사망 7년만에…삼성전자·LGD 협력사 직원 산재 인정
입력 2020-09-21 11:46  | 수정 2020-09-28 12:04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LG디스플레이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에서 일하다가 폐암에 걸려 숨진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가 사망 이후 7년 만에 법원 판결로 산업재해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오늘(21일) 인권단체 반올림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은 폐암으로 숨진 노동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A씨의 폐암을 산재로 판단했습니다.

A씨는 2000년 노광기 장비 업체에 입사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4∼5년, LG디스플레이 LCD 공장에서 7년 동안 근무했습니다. 노광기는 필름과 빛을 이용해 유리 기판에 정밀 회로를 만드는 장비입니다.

A씨는 38살이던 2012년 폐암에 걸려 이듬해 숨졌습니다. 그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으나 공단은 작업환경측정 결과 등을 근거로 산재로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유족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은 반도체와 LCD 공정에서 노동자가 전리방사선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장 내 환기 시스템으로 다른 공정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에도 노출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이 판단 근거로 삼은 작업환경측정 결과에 대해서는 A씨의 작업 환경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A씨가 흡연력이 있긴 해도 기존 질환이나 가족력이 없는 데다 폐암이 급격하게 진행된 점 등을 고려하면 업무상 유해 요인이 질병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질병의 발생 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여러 사정을 고려하고 합리적 추론을 통해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따른 것이라고 반올림은 강조했습니다.

반올림은 "근로복지공단은 의학적,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재해자 질병의 업무 관련성을 너무 쉽게 배제하고 있다"며 "산재보험에 그렇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피해자와 유족은 사회 안전망에서 부당하게 배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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