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神의직장`이라던 대학교직원 "5년새 퇴사 36% 급증"
입력 2020-09-21 10:53 

"더 이상 '신의 직장' 아니에요.", "사기업에서 이직해왔는데 다시 돌아가는 분도 있어요."
정년 보장,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안정 등 근무여건이 좋아 소위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교직원들이 최근 이직 러시에 나서고 있다. 교직원들은 과거에 비해 낮아진 연봉과 대학 재정 악화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모양새다.
21일 매일경제가 서울대, 부산대 등 10개 국·공립대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교직원 퇴사자는 2015년 275명, 2016년 253명, 2017년 246명, 2018년 291명, 2019년 373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올해 7월까지도 총 190명의 퇴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직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저연차와 고연차 직원의 임금이 크게 양극화됐다는 점이다. 최근 10년 이상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각 대학들은 재정 악화에 대비해 교직원 임금 체계를 개편하거나 기존 복지 혜택을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 최근 일부 대학들은 교직원 평가에 성과주의를 적용하기도 한다. 때문에 교직원들 사이에선 "일은 많은데 연봉은 낮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임금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 서울 한 대학 교직원의 경우 전형적인 '상후하박' 임금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안 모씨는 "신입 교직원의 경우 연봉이 3000만원 초반대이지만 고연차 직원의 경우 7000~9000만원에 육박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과거에는 신입도 임금이 높았지만 여러 임금 체계 개편을 통해 낮아진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보통 취업 준비생들이 교직원들은 업무 강도가 약한 걸로 알고 있지만 그것도 일부 사례를 일반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교직원은 "교직원 사이에서 가장 힘든 것으로 알려진 부서는 교무, 기획, 입학 3곳"이라며 "일부 단과대 소속 교직원분들은 '칼퇴'도 하고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약하지만 대학 본부는 야근도 하고 절대 편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교직원 세계의 보수적인 분위기에 이직을 결심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교직원들은 교수와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을'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실제 각 대학들은 주요 보직에 교수들을 임명하고 있는 실태다. 이러한 현실에 한 인 서울 대학에선 최근 사기업에서 5년가량을 재직한 후 교직원으로 이직을 했지만 경직성을 이유로 2년 만에 다시 사기업으로 되돌아간 경우도 있었다.
일선 교직원들은 학생들과의 소통도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잦은 민원, 갈등에 피로를 호소하기도 한다. 한 교직원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등록금, 학사 일정 등 문의 전화가 폭주를 했다"며 "교직원도 지시를 받고 움직일 뿐인데 '당장 해답을 내놓으라'는 학생들 항의에 많이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반면 교직원들은 일반 직장 대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근무 환경과 사학연금 혜택 등 요소는 분명한 장점이라고 얘기했다. 한 모씨는 "여러 불만들이 있지만 결국 정년까진 일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다들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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