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출근 서두르던 JP모건, 직원 감염으로 다시 재택…속타는 월가
입력 2020-09-16 14:11  | 수정 2020-09-17 15:07
뉴욕 맨해튼 소재 JP모건 본사 건물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무증상 감염 등을 매개로 여전히 빠르게 퍼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월스트리트 증권가에서는 직원들의 직장 복귀를 서둘렀던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가 결국 다시 재택 근무 체제에 들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외신은 재택근무를 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무엇보다 바이러스 확산세를 감안할 때 섣부른 직장 복귀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사원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혼잡이 큰 우리나라에서도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확진자'가 최근 2주새 전체의 25%에 달해 역대 최고치에 달해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이 중요한 상황이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JP모건의 직장 복귀 명령에 따라 맨해튼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결과 회사가 일부 직원들에게 다시 재택근무를 하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앞서 13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가 "재택근무를 해보니 신입 직원들이 선배들로부터 일을 배울 기회가 줄어들고 생산성이 떨어졌다"면서 직장 복귀를 강조한 바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CEO의 발언이 있었던 13일 정작 뉴욕 맨해튼 매디슨383 애비뉴 소재 JP모건 건물 5층에서 근무하는 증권 트레이더 한 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재택 근무 방침이 다시 내려왔으며, 이는 회사가 미국 노동절(9월 7일)을 기점으로 다수 직원들에게 직장 복귀를 명령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금융업계가 서둘러 직장 복귀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JP모건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으며 직원 감염 관련 프로토콜(대응 체제)을 세워왔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는 앞서 4월에도 본사 건물 한 층에서만 감염자가 최소 16명 나온 적이 있다.
JP모건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유독 앞장서서 직장 복귀를 강조한 금융사다. JP모건은 지난 3월 이후 재택근무제를 실시했지만 미국 대형 금융사 중 처음으로 직원 사무실 복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특히 선임 트레이더들에 대해서는 오는 21일까지 복귀하라는 지침을 전달했고, 트레이더 뿐만이 아니라 다른 업무직도 가급적 사무실 근무 체제로 전환하고 대형 지점은 근무 인력의 최대 절반을 복귀하라는 지침도 전달했었다.

재택근무가 생산성을 낮추는 지에 대해서는 분석이 제각각이다. 지난 13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는 이날 열린 투자은행 KBW 애널리스트들과의 회의 자리에서 "6개월 정도 재택근무를 해보니 생산성이 떨어졌고 특히 월·금요일이 그런 경향이 두드러졌다"면서 재택근무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반면 영국 카디프 대학과 사우스햄튼 대학이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는 생산성을 떨어트리지 않은 데다 업무 만족도를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대학이 영국 근로자 6000여명에 대해 지난 4~6월 세 차례에 걸쳐 반복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1%는 회사에 나가는 경우와 집에서 일한 경우 업무량 등 생산성 차이가 없었으며, 29%는 오히려 일을 더해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반면 30%만이 생산성이 떨어진 것 같다고 답했다. 부분 재택근무가 아니라 전면 재택근무를 한 경우에는 응답자의 100%가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답변했다. 재택근무에 만족하는지에 대해나는 전체 응답자의 90%가 '그렇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는 영국 정부 산하 경제·사회 연구위원회와 보건 재단이 자금을 지원하는 '코로나19시대의 사회적 변화' 연구 시리즈 중 하나로 설문조사기관 입소스와 칸타르 등이 현장 설문을 시행했다.
재택 근무에 대한 선호도는 각자 다를 수 있다. 다만 인구밀도가 높아 특히 출·퇴근길 대중교통 혼잡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업무 특성상 재택 근무가 필요한 경우는 직장 내 눈치보기를 넘어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한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2주간(9월 2∼15일) 발생한 확진자 2209명 중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깜깜이 확진자'는 552명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방역본부가 감염 경로 불분명 환자 비율을 집계한 4월 이후 최고치다. 깜깜이 환자 비율은 특히 지난 달 수도권 감염이 빠르게 퍼지면서 덩달아 급증하기 시작해 8월 30일 이후 17일째 20%를 넘어선 상태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이유는 '무증상 감염자와의 접촉'을 비롯해 다양하지만, 대중교통 혼잡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지난 달 14일 사우스햄튼 대학 연구진은 '고속철 내 코로나19 전파율에 관한 분석'을 발표하면서 중국 고속철 사례를 분석한 결과, 같은 고속철 내 평균 감염률은 0.32%였지만 밀접 접촉 공간(확진자가 앉은 자리에서 앞뒤 각 5칸·좌우 각 3칸) 감염률은 최대 10.3%까지 높아졌으며 밀접 접촉 시간이 길어질 수록 감염 확률도 높아진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 회사원 평균 통근시간은 약 58분으로 OECD 회원국 평균(28분)의 두 배가 넘는다. 여기에는 자가용을 이용한 통근 시간 외에 대중교통을 이용한 통근시간도 포함된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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