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여가부, 정의연 보조금 환수 나서나…4개월째 판단 못하고 '미적'
입력 2020-09-16 07:57  | 수정 2020-09-23 08:04

여성가족부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정의연 이사장)의 국고 보조금 유용 의혹 등에 대해 약 4개월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려온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핵심 의혹 사안인 보조금 관련 업무를 관장한 부처로서 정의연과 윤 의원이 재판에 넘겨진 이후에도 쟁점을 분명히 파악하지 못한 모습입니다.

여가부는 윤 의원과 정의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보조금 유용 의혹을 둘러싸고 구체적 공소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검찰에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확답을 받지 못했다고 오늘(16일) 밝혔습니다.

여가부 관계자는 "그제(14일) (검찰에) 공문을 보냈다"면서 "그런데 일반적으로 공소와 그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사건 당사자) 본인한테만 자료가 간다는 부분을 어제(15일)에 확인을 해서 정확한 자료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여가부가 확인하려는 내용은 윤 의원이 정대협 직원들과 공모해 인건비 보조금을 허위로 신청한 후 총 7개의 다른 사업에 사용하며 모두 6천520만 원을 부정수령했다고 검찰이 판단한 부분입니다.

당초 여가부는 정대협에 대한 회계장부 등을 검토해 인건비가 직원 개인 계좌로 정상 입금된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인건비 일부가 위법하게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는 게 검찰의 결론입니다.

여가부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정의연과 정대협에 모두 18억9천100만 원의 국고 보조금을 예산을 편성한 바 있습니다.

여가부로선 검찰이 유용 혐의를 확인했다는 7개 사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2014년부터 올해까지 중 어느 시기에 이뤄진 사업인지, 나아가 이 사업에 정의연도 포함이 된 것인지 등을 파악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불법 유용이 있다면 이미 정대협이나 정의연 등에 지급한 보조금을 환수할 필요성 등을 검토해야 합니다. 올해 하반기 정의연(약 2억 원)과 정대협(1천500만 원)에 지원하기로 한 보조금 지급 중단 여부도 결정해야 합니다.


여가부는 그간 정의연이나 정대협에 대한 국고 보조금 문제에 관해 질문을 받을 때마다 검찰 수사를 기다려야 한다며 결론을 미뤄왔습니다.

이정옥 장관은 지난달 31일에도 "(보조금 계속 지급 여부는) 아직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 종속변수가 된다는 것도 말씀드릴 수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책임감 있게 보조금 집행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정부 부처로서 검찰로부터 공소사실 내 어떤 범위까지 자료를 받을 수 있는지부터 확실하지 않다는 여가부의 태도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 초기부터 여가부는 보조금 관련 여러 자료를 검찰에 제공했을 것이므로 쟁점이 되는 의혹 사항의 윤곽은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기소가 됐으면 신속하게 위법 사항을 파악해서 합당한 행정조치와 향후 보조금 집행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법원이 얼마나 유죄로 인정할지도 여가부로선 고려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실제 윤 의원은 검찰이 제시한 혐의를 부인하면서 "법정에서 결백을 밝혀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당장 예산 집행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여가부가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뒤따릅니다. 당사자가 불구속 기소 된 재판은 사안에 따라 확정판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여가부 관계자는 "2분기 보조금 (문제)도 걸려있고 피해자 지원 문제도 있어 최대한 빨리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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