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웨이 코스피 ◆
작년 한 해 미국 증시는 눈부신 호황을 누렸다. S&P500은 지난해 28.9% 성장했고 기술주 위주인 나스닥 상승률은 35.2%에 달했다. 반면 코스피는 7.7% 상승하는 데 그쳤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증시에서 중요한 변수가 됐던 2019년, 미·중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 그 사이에 낀 코스피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였다.
그랬던 코스피가 올해는 달라졌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계기였다. 전 세계적 유행으로 전염병이 번졌던 3월 코스피는 1400대까지 추락했고, 1만선을 넘보던 미국 나스닥도 6000대로 내려갔다.
반전은 그다음이었다. 코로나19 국면은 장기화됐지만, 금융시장은 빠르게 회복했다. 그중에서도 2018년과 2019년 내내 부진했던 한국 증시의 독보적인 상승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 9월 15일까지 코스피 누적 수익률은 11.2%로 벌써 두 자릿수를 달성했다. 미국 S&P500이 4.7% 성장하는 데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7~8월 테슬라 등 기술주 급등으로 나스닥이 23.2%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나스닥이 최근 완연한 조정 양상을 보일 때 코스피는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까지 코스피가 미국 증시와 비슷한 수준의 상승을 이뤄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지난 10년간 2017년 반도체 호황을 제외하면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가 오르면 '찔끔' 오르고, 미국 증시가 내려가면 '왕창' 내려가는 현상을 극심하게 겪었다. 2010년 이후 10년간 코스피가 S&P보다 수익률이 나았던 것은 단 3번이었고, 나스닥보다 나았던 적은 2010년 단 한 번에 불과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미국 증시 동조화'에서 벗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9월 3~8일 나스닥이 연이어 폭락했을 때 코스피는 오히려 상승했던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코스피의 미국 증시 의존도 축소의 가장 큰 이유는 풍부한 유동성을 등에 업은 '개미군단'의 힘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국내 증시에 극도로 무관심했다. 우리나라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개인 투자는 위축 일로였다. 그러나 제로금리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라는 두 가지 중요한 변화로 개인이 재테크 투자처를 주식으로 바꿨다. 그동안 개인은 돈을 모을 때 은행 혹은 부동산을 노크했지만, 금리가 제로에 수렴하고 부동산 규제가 겹겹이 쌓이자 주식시장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코스피가 1400대까지 떨어졌던 지난 3월 개인투자자들은 11조원이 넘는 돈을 증시에 쏟아부었고, 이후 9월 15일 기준 코스피는 2443.58까지 상승하며 개인에게 상당한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의 증시 참여가 늘어나면서 한국·대만과 같은 신흥국 증시의 미국 증시 동조화 현상이 옅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신음하며 막대한 경제 피해를 보고 있을 때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블룸버그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2분기 성장률(-2.9%)은 중국(3.2%)에 이어 두 번째로 양호했다. 미국 -31.7%, 일본이 -28.1%로 추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과 나아지고 있는 기업 실적, 한국판 뉴딜이라는 한국만의 컬러가 있다"면서 "최근 화웨이 제재를 계기로 스마트폰 부문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고 이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양호한 실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이 증시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한국거래소를 통해 K뉴딜지수를 내놓는 등 관련 산업 붐업에 나서고 있다. 또 금지시켰던 공매도를 내년 3월까지 추가로 금지하기로 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를 장려하는 효과도 냈다는 분석이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합산 시가총액은 2009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이 2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8년 1월 29일(2019조2000억원) 이후 2년7개월 만이다.
[박인혜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년 한 해 미국 증시는 눈부신 호황을 누렸다. S&P500은 지난해 28.9% 성장했고 기술주 위주인 나스닥 상승률은 35.2%에 달했다. 반면 코스피는 7.7% 상승하는 데 그쳤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증시에서 중요한 변수가 됐던 2019년, 미·중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 그 사이에 낀 코스피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였다.
그랬던 코스피가 올해는 달라졌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계기였다. 전 세계적 유행으로 전염병이 번졌던 3월 코스피는 1400대까지 추락했고, 1만선을 넘보던 미국 나스닥도 6000대로 내려갔다.
반전은 그다음이었다. 코로나19 국면은 장기화됐지만, 금융시장은 빠르게 회복했다. 그중에서도 2018년과 2019년 내내 부진했던 한국 증시의 독보적인 상승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 9월 15일까지 코스피 누적 수익률은 11.2%로 벌써 두 자릿수를 달성했다. 미국 S&P500이 4.7% 성장하는 데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7~8월 테슬라 등 기술주 급등으로 나스닥이 23.2%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나스닥이 최근 완연한 조정 양상을 보일 때 코스피는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까지 코스피가 미국 증시와 비슷한 수준의 상승을 이뤄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지난 10년간 2017년 반도체 호황을 제외하면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가 오르면 '찔끔' 오르고, 미국 증시가 내려가면 '왕창' 내려가는 현상을 극심하게 겪었다. 2010년 이후 10년간 코스피가 S&P보다 수익률이 나았던 것은 단 3번이었고, 나스닥보다 나았던 적은 2010년 단 한 번에 불과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미국 증시 동조화'에서 벗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9월 3~8일 나스닥이 연이어 폭락했을 때 코스피는 오히려 상승했던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신음하며 막대한 경제 피해를 보고 있을 때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블룸버그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2분기 성장률(-2.9%)은 중국(3.2%)에 이어 두 번째로 양호했다. 미국 -31.7%, 일본이 -28.1%로 추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과 나아지고 있는 기업 실적, 한국판 뉴딜이라는 한국만의 컬러가 있다"면서 "최근 화웨이 제재를 계기로 스마트폰 부문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고 이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양호한 실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이 증시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한국거래소를 통해 K뉴딜지수를 내놓는 등 관련 산업 붐업에 나서고 있다. 또 금지시켰던 공매도를 내년 3월까지 추가로 금지하기로 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를 장려하는 효과도 냈다는 분석이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합산 시가총액은 2009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이 2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8년 1월 29일(2019조2000억원) 이후 2년7개월 만이다.
[박인혜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