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감원 낙하산의 피난처된 `고려휴먼스`
입력 2020-09-15 17:40  | 수정 2020-09-15 19:22
금융감독원에서 퇴직한 임원들이 잇달아 고위직 자리를 차지한 금융권 인력공급업체 '고려휴먼스'가 금감원 '낙하산 피난처'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권 채용 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인물까지 임원으로 선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에 인력을 공급하는 민간 기업 '고려휴먼스'는 금감원 퇴직자인 L 전 국장, C 전 국장에 이어 최근 L 전 부원장보를 고위직으로 선임했다. 각각 2014년과 2016년 대표이사로 선임된 L 전 국장과 C 전 국장은 이곳에서 재취업 제한 기간을 채운 뒤 다른 금융회사 감사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쉽게 말해 재취업이 제한받는 기간 동안 '피난처' 같은 자리가 되어준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L 전 부원장보가 고려휴먼스 고위직을 맡게 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L 전 부원장보가 채용 비리 혐의로 2019년 징역 10월 실형을 선고받은 이력 때문이다. L 전 부원장보는 지난해 말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회사 홈페이지에는 L 전 부원장보가 대표이사로 표기돼 있다.
고려휴먼스는 채권추심업체 고려신용정보 윤의국 회장과 그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콜센터 직원 파견, 채용 대행, 금융보안 경비 등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회사로 1992년 설립됐다. 매출액은 2017년 452억원, 2018년 589억원, 지난해 609억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려휴먼스 주요 고객사는 국내 주요 시중은행과 카드사, 캐피털사 등으로 금융권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웬만한 대형 금융회사는 대부분 고객으로 포함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고려휴먼스 대표이사를 금감원 출신들이 번갈아 맡는 것도 고려휴먼스 주요 고객이 금융권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주와 금감원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사례라는 것이다.
고려휴먼스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로서는 금감원 출신이 이 회사 고위직에 이름을 올리는 것에 손해볼 것이 없다. 주요 고객사가 은행·카드사 등 금융회사인 만큼 고객사들 역시 금융회사를 감독·검사해온 금감원 출신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 퇴직자들로서도 '피난처'는 반가운 존재다. 퇴직 후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사실상 막힌 상태에서 제한 기간이 끝나기까지 '쉬어 갈 자리'가 생기는 셈이다.
금감원 퇴직자들은 이 회사에 반복적으로 재취업을 하고 있다. 대표이사로 일한 C 전 금감원 국장은 일반은행검사국장을 지냈음에도 '업무 연관성이 작다'는 이유로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취업 승인을 받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업무 연관성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금융회사로서는 금감원 퇴직자가 대표이사로 있는 인력공급업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고려휴먼스 대표이사 임명 과정과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퇴직자들이 의견을 모아 추천하는 형태인 것으로 들었다"며 "자신들 퇴직 이후를 고려해야 하는 현직 금감원 고위직들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휴먼스가 지난 5월 경호 관련 인력업체 '고려휴먼스디에스'를 분사한 것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력공급업체 대표이사에게 전과기록이 있다면 인력을 받아 쓰는 고객사가 업체를 선정할 때 결격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고려휴먼스가 경호 관련 인력 공급 부문과 금융 분야 인력 공급 부문을 분할한 것이 L 전 부원장보 자리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최승진 기자 / 한상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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