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조9천억 추경 심의 파행`…막장극 연출 안양시의회 민주당 의원들
입력 2020-09-15 13:58  | 수정 2020-09-22 14:06

안양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의장 선임 과정에서 자신들만이 알 수 있는 방식으로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을 쓰도록 하는 막장을 연출해 의장단 직무가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법원도 의장과 상임위원장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안양시가 제출한 1조9000억원대 추경예산안과 각종 조례 심의가 파행속에 진행되고 있다.
15일 안양시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선출된 정맹숙 후반기 안양시의회 의장과 정 의장 체제에서 선임된 의회운영위원장 등 4명의 상임위원장은 전날부터 직무가 정지됐다.
전날 수원지법 행정2부가 (재판장·서형주)는 안양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낸 '의장 및 각 상임위원장에 대한 선임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사전에 의장 투표용지 기명란 중 특정 부분을 구분해 선거에 영향을 준 사실이 소명된다"면서 본안 사건(당선무효소송) 판결 선고일로부터 20일까지 직무를 이행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앞서 안양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후반기 의장 선출을 앞두고 의원총회를 열어 투표용지에 의장 후보자명을 쓰는 위치를 정했다. 이탈표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후 민주당이 의장으로 지명한 정맥숙 후보는 민주당 소속 12명의 지지를 받아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투표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중 10명이 앞서 정한 위치에 의장 후보자 이름을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안양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7월 20일 무기명 투표를 규정한 지방자치법 제48조를 위반했다며 당선무효소송과 직무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전날 수원지법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안양시의회는 1991년 지방자치제도 도입 이후 의장단 직무 정지란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지방의회에서 의장과 상임위원장 직무가 정지된 것은 수도권에서는 최초, 전국으로는 두번째다. 2016년 충남 공주시의회는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앞두고 내홍 끝에 의장단 직무집행 정지를 받은 바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이번 사태 관련 경위를 듣기 위해 정맹숙 의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나중에 따로 말하겠다"며 답을 듣지 못했다.
안양시의회는 21명의 의원중 13명이 민주당, 8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다수당의 막장 드라마 연출로 피해는 고스란히 안양시민이 보게됐다.
안양시는 14일부터 개최되는 제260회 임시회에서 2차 추경안 1조98000억 원과 기금운용변경계획안, 각종 조례 처리를 기대했지만 반쪽 심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안양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각 상임위 부위원장이 주재하며 관련 안건을 심의한다고 하지만 근본 대책은 아니다"면서 "관련자들은 하루빨리 자진 사퇴하고 원점에서 재선거를 하는 것이 안양시민에 대한 예의"라고 강조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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