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언덕에서 트럭 굴린` 니콜라 사기 의혹 일파만파…테슬라와 엇갈린 운명
입력 2020-09-15 11:48  | 수정 2020-09-16 13:37

한화그룹 투자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학 개미'들의 투자를 줄줄이 끌어모았던 니콜라가 결국 사기 의혹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를 받게 됐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달 초 뉴욕증시 대표 지수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 편입에 실패해 자사주 주가 급락은 물론 뉴욕증시 폭락 사태를 몰고왔던 테슬라가 빠르게 주가 반등세를 이어가는 반면 '제2의 테슬라'를 내세운 니콜라는 회사와 투자사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연상케하는 급등락을 반복해 투자 불안감을 키우는 모양새다.
수소 트럭 제조업체 니콜라는 14일(현지 시간) 주가가 뉴욕증시 개장 전 거래에서 최대 19% 가까이 폭락하다가 본 거래에서 11.39%급등했지만 폐장 후 거래에서 8.19%급락하면서 숨 가뿐 하루를 마무리했다. 지난 주말 힌덴버그리서치가 니콜라의 사기 의혹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이번 주 거래 첫 날인 14일 니콜라 주가는 뉴욕증시 개장 전부터 가파르게 떨어졌다. 힌덴버그는 '뉴욕 증시 사상 희대의 거짓말을 일삼았다'는 이유로 니콜라 주식에 대해 '공매도'(Short Selling·해당 기업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방법)에 나선 상태다. 힌덴버그는 니콜라 전직 직원과 독일 협력사 현직 대변인, 니콜라의 홍보 자료 영상·직원들이 주고받은 메시지 등을 분석해 "니콜라1 수소 트럭 주행 홍보 영상은 주행 능력 없는 트럭을 높은 언덕 위로 끌고가 내리막길에서 밀어뜨려 찍은 것"이라면서 "니콜라는 그간 투자자들을 향해 수소 배터리 기술·태양광 시설 등을 보유했으며 트럭을 생산 중이라고 광고해왔지만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워싱턴과 보쉬 등 기존 주요 투자자들이 올해 여름 니콜라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투자자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까지 나왔다. 주말 이후 증권소송 전문 로펌 로젠이 "지난 10일 힌덴버그가 낸 보고서를 보면 니콜라는 인버터 등 핵심 부품 기술력도 없이 다른 회사 제품을 사다 쓰면서 자사 제품인 것처럼 타사 상표를 숨기는 등 부정적인 행위를 했고 투자자들이게 경제적 손실을 안겼다"면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다만 본 거래에서 니콜라 주가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 11일 대비 11%이상 급등했다. 본 거래 개장 전 니콜라가 힌덴버그 측 폭로에 대한 해명 차원에서 공개 성명을 내고, 니콜라에 20억 달러를 최근 투자하기로 한 '미국 대표 자동차 제조업체' 제네럴모터스(GM)가 직접 니콜라 투자 해명에 나선 영향이다. 이날 니콜라의 트레버 밀턴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내고 '실체없는 기업'이라는 비난을 의식한 듯 "우리는 이베코와의 합작 투자를 통해 오는 2021년 단거리 주행 세미트럭 '니콜라 트레' 실제 생산에 전념할 것이며 니콜라 트레는 1시간 당 720킬로와트를 내는(킬로와트시·kWh) 배터리를 가지고 300마일을 주행할 수 있는 무공해 트럭"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는 중장거리 주행 트럭인 니콜라2 사전 생산 테스트에 들어갈 것"이라는 계획을 언급했다.

같은 날 GM의 매리 바라 CEO는 RBC캐피털 컨퍼런스에 참석해 니콜라 투자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GM은 다양한 파트너들과 일하고 있으며 성실한 이들이 비즈니스와 법률 , 기술 문제에 대한 철저한 검토을 거쳤다"고 말했다. 지난 3일 GM은 20억 달러 어치 니콜라 지분 11%를 인수해 전략적 협력에 나섰다는 사실을 공표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같은 날 니콜라 주가가 40.79%폭등한 바 있다.
한편 14일 뉴욕증시 폐장 후 거래에서 니콜라 주가는 8%이상 급락했다. 이날 본 거래가 마감한 후 블룸버그는 SEC가 힌덴버그의 니콜라 폭로 보고서를 토대로 사기와 이에 증권법 위반 혐의를 염두에 두고 니콜라에 대한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SEC의 예비 조사 착수 소식과 더불어 니콜라 측이 낸 해명이 의혹을 풀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도 작용했다. 이날 니콜라는 공개 성명에서 '언덕 위 트럭' 사건에 대해 "지난 2017년 홍보영상으로 낸 '운송의 미래' 3부 영상에 나온 우리 트럭모델 니콜라1이 자체 추진력으로 주행할 수 있다고는 언급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CNBC는 니콜라1이 실제 주행력이 없는 트럭이었음을 인정하는 모호한 해명을 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 니콜라는 협력사 관계자들의 비난에 대해 "우리 주가를 떨어트리려는 힌덴버그가 조작한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해 의혹 여지를 남겼다는 평이다.
반면 테슬라는 최근 꾸준히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 14일 본 거래에서는 직전일 대비 12.58%오른 419.62달러로 거래를 마쳤고 폐장 후 거래에서도 0.91%추가로 상승세를 이었다. 테슬라는 지난 1일 50억 달러 규모 유상증자 발표에 이어 2일 '최대 외부 투자자'의 지분 매각 공표, 4일 S&P500지수 편입 실패 소식이 줄줄이 나오면서 주가 급락 사태를 겪었다가 지난 9일 이후 계속 상승세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400%가까이 폭등했다. 현재 주가는 이달 1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 가격 대비 16.5% 정도 낮은 수준이지만 이달 초 급락 사태를 빠르게 만회하고 있다.
14일 테슬라 주가 급등은 오는 22일 '배터리데이' 기대감 외에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보고서를 통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 데 따른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테슬라의 글로벌 주간 앱다운로드가 지난 해보다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최근 1주일 새 다운로드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면서 "테슬라 판매 실적은 보통 매 분기 마지막 달에 강력하게 두드러진다"고 언급했다. 골드만삭스는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보면서 12개월 목표가를 295달러로 제시하는 식으로 테슬라에 대해 보수적인 평가를 내리는 투자은행으로 분류된다.
한편 지난 주 테슬라 주가 폭락 사태 이후 뒤따라 비슷한 시점에 기술주를 중심으로 뉴욕증시 주가 급락 사태가 벌어졌던 것에 대해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은 11월 미국 내선 불확실성을 지적하면서도 '조정 국면이 마무리되어간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메모에서 조정이 마무리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도이체방크는 "그간 지나친 기대감 속에 극단적으로 치우쳤던 '풋/콜 옵션' 비중이 지난 주를 계기로 정상화되면서 평균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분석하면서 이를 근거로 "지난 주의 엄청난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 달 뉴욕증시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있다"고 전망했다. 풋/콜 옵션 비중은 최근 몇 달 새 0.4 선을 오갔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증시 낙관론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상승장에 베팅하는 콜 옵션 거래가 하락장에 베팅하는 풋 옵션보다 빠르게 증가한 결과다. 풋/콜 옵션 비중 조정이 이뤄지는 경우 증시는 단기 급변동을 거듭하게 된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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