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병원 영양주사 남발에…손보사 `실손 골머리`
입력 2020-09-14 17:34 
# 부산에 거주하는 최 모씨는 지난달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았다가 의사 권유로 소위 '마늘 주사'로 불리는 영양제를 맞았다. 병원에서는 감기 예방과 피로 해소에 좋고, 실손보험이 있으면 본인이 내는 돈도 거의 없다고 했다. 주사를 맞은 후 최씨는 두드러기와 가려움 같은 발진 증세가 갑자기 찾아와 요즘 종합병원 피부과를 들락거리는 신세가 됐다.
미용과 건강 목적으로 일부 병원에서 권유하는 영양제 주사 처방이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실비로 처리해줄 테니 보험회사에 청구하라'며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것이다. 한 보험사가 같은 병원에서 받은 진료확인서 수십 장은 서로 다른 환자인데도 내용이 모두 동일할 정도로 의사 소견서가 남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병원이 실손보험을 악용해 영양제 주사 처방을 남발하면서 이들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손해보험사에 청구된 비급여 주사제 가운데 영양제 목적인 올해 예상 청구액은 9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8년 698억원 수준이던 청구 금액이 불과 2년 만에 36%가량 급증했다. A손보사가 업계에서 '빅4'에 꼽히는 대형 회사인 것을 감안하면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영양제 청구액은 3000억~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금 과다 청구가 지속되면서 손보업계 실손보험 손해율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 121.8%이던 손해율은 지난해 134.6%까지 치솟았다. 올해 상반기는 코로나19 사태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줄어 132%로 소폭 줄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손해율은 실제로 받은 보험료에서 발생한 손해액 비중이다. 손해율 132%가 발생한 손보업계는 올해 상반기에만 1조2066억원 손실을 입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과다 청구는 보험사 비용 증가뿐 아니라 보험료 인상으로 인해 선량한 보험계약자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며 "이러한 행위를 보험사기로 보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영양제 주사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사항과는 다르게 남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늘 주사도 식약처에서는 비타민B1 결핍증에 대한 예방과 치료 목적으로 사용이 허가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미백이나 감기, 피로 해소, 면역력 강화에 좋다고 홍보하며 무분별하게 처방되는 실정이다.
백내장 치료 또한 여전히 일부 안과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대상이 되고 있다.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지난 1일부터 백내장 비급여 검사를 급여로 전환하자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 시 사용하는 다초점 렌즈 가격을 급격히 올린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됐는데도 소비자 부담은 전혀 줄지 않고, 비용 중 상당 부분이 보험사로 청구되는 것이다.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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