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성장株서 실적株로…증시, 무게중심 이동
입력 2020-09-14 17:34  | 수정 2020-09-14 19:37
코로나19 이후 거침없이 올라오던 성장주들이 9월 들어 흔들리고 있다.
성장주들이 대거 포진된 미국 나스닥에서 테슬라 주가가 하루 만에 20% 이상 하락하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애플·아마존 등 대표 주식들도 모조리 휘청이는 중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쭉쭉 뻗기만 했던 2차전지(배터리)주와 인터넷 관련주들이 정부의 뉴딜 정책 발표와 이에 호응하는 한국거래소의 K뉴딜지수 개발 및 도입에도 불구, 지난 한 주 모두 하락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그간 '미래 가치' 하나만 보고 막대한 돈을 넣었던 투자자들이 '현실'에 충실한 종목으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성장주에 대한 밸류에이션 부담과 '민스키모멘트'(과도한 부채 확대로 부채 상환 능력에 문제가 생기고, 그 결과 건전 자산까지 매각해 금융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시점) 도래에 대한 우려 등의 영향이다. 반면 실적 향상이 두드러지고, PER(주가수익비율)가 과도하지 않은 업종이 각광받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증시 급반등에도 별 재미를 보지 못한 반도체와 필수소비재 등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강세를 띠었던 업종인 2차전지와 인터넷은 9월 이후 조정권에 진입했다. LG화학 주가는 이달 1일 74만3000원이었지만, 14일 71만원대로 내려오며 2주 만에 4.2% 하락했다.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광풍에 K뉴딜 관련 지수까지 나오면서 가장 큰 수혜주로 꼽혔던 게임주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특히 10일 코스닥에 입성한 카카오게임즈는 2거래일 동안 상한가를 쳤지만, 3거래일 만인 14일 전 거래일 대비 9% 하락한 7만38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꺾였다. 대표적 신규 상장주였던 SK바이오팜이 첫날 '따상'에 이어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 강도가 많이 약해졌다. 높은 밸류에이션과 차익 실현 욕구가 매도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진만 SK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부담이 됐고 수급 측면에서도 차익 실현 등으로 손바뀜이 일어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대로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 공세에도 주가 상승이 더뎠던 삼성전자는 14일, 2월 20일 이후 근 7개월 만에 종가 6만원대의 벽을 넘었다. 3분기 삼성전자가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매수세를 이끌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0조~11조원대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목표주가도 일제히 상향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7만6000원으로 기존보다 4% 올려 잡았고 KB증권과 SK증권은 목표주가를 8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14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8만원대를 회복했다. 이들 두 종목은 전체 시가총액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대표 종목이자, 가장 대표적인 '실적주'로 분류된다.
코로나19 이후 타격을 입었던 필수소비재 관련 종목들도 반등 중이다.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이마트는 지난 한 주 만에 주가가 18.1% 오르며 15만원을 회복,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9월 들어 상승률은 19%에 달한다. 신세계, 롯데쇼핑 등 유통 관련 종목들도 9월 들어 각각 5.6%, 4.5% 상승하며 코스피 평균을 일제히 상회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성장주 위주의 장세가 지속됐지만, 9월 코로나19 3차 팬데믹이 오면서 단기 조정장세가 펼쳐질 수 있고, 미국의 상황이 심상치 않은 만큼 성장주 일색 포트폴리오보다는 전형적인 가치주에 속하는 반도체와 실적 상승이 예상되는 필수소비재 등을 섞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에프앤가이드와 메리츠증권 자료에 따르면 12개월 선행 PER가 코스피 평균(12.6배)보다 낮으면서, 올해 영업이익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반도체와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통신서비스, 비철금속, 건설, 증권 등이 꼽혔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적으면서,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들인데, 이들 투자가 유망하다는 얘기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실적주와 성장주 간 PER와 PBR(주가순자산비율) 차이는 최근 10년 내 최고 수준까지 벌어졌다"며 "연초 이후 가파르게 밸류에이션 격차가 벌어짐에 따라 현재 성장주 지수 레벨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박인혜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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